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을 특별수행하고 있는 소설가 황석영씨는 13일(현지 시간) 카자흐스탄에서 “(현 정부에) 큰 틀에서 동참해 가도록 노력하겠다”며 “(진보 측으로부터) 욕먹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황씨는 이날 카자흐 수도인 아스타나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만나 “일각에서 현 정권을 보수우익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스스로는 중도실용 정권이라고 한다”며 “이 대통령이 중도적 생각을 뚜렷하게 갖고 있는 것으로 나는 봤다”고 말했다. 대표적 진보 논객인 황씨가 현 정권을 중도 정권으로 평가하면서 동참의 뜻을 밝힌 것에 대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황씨는 그 이유에 대해 “파이를 키워 하부에 나눠 주자는 게 보수고, 진보는 (상부가) 더 내놓으라는 식이었지만 현재 구미 좌파들은 많이 달라졌다”며 “전 세계가 비정규직과 청년 실업문제에 직면해 있고 생산관계도 바뀌어 고전적 이론 틀로는 안 된다. 아래서부터 파이를 키우자는 식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진보진영에 대한 충고도 곁들였다. 그는 “민주노동당도 비정규직 문제나 외국인 근로자 문제까지는 못 나가고 그저 노조 정도에서 멈춰 있다”며 “좌파는 리버럴해야 하는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억압당했던 관행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황씨는 북한 문제와 관련, “이명박 정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대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임기 내 해결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남북대립이 고착화한다”며 “많은 진보 진영 사람들이 만류했지만 이 점 때문에 순방에 동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대통령이 북한을 경제적으로 더 도와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고, 나도 이런 실용적 대북정책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황씨는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남북과 몽골, 중앙아시아를 아우르는 문화공동체 ‘알타이 문화연합’과 관련, “남북이 분단된 상태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상상할 수 없는데 몽골이 있다면 가능하다”며 “북한과 평화조약 및 상호불가침조약을 맺으면 휴전선의 그 많은 병력을 몽골로 데려가 비옥한 땅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이 대통령을 특별수행한 것은 이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점도 있었다”며 “카자흐와 우즈베키스탄 문화계 인사들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고, 8, 9월께 알타이 문화연합을 발족시켜 첫 포럼을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씨의 특별수행은 이 대통령의 지시로 청와대 측이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문화ㆍ예술인이 이 대통령을 수행한 것은 처음이다. 황씨는 복역 중이던 1993년 , 94년 이 대통령이 면회를 와 알게 된 이후 가끔 만나는 사이고, 촛불집회 때는 청와대에서 독대하기도 했다고 한다.
아스타나=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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