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이 지난해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재직 당시 촛불집회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던 신영철 대법관의 행위가 부적절했다고 지적하며 신 대법관에게 엄중 경고 조치했다.
신 대법관은 이에 대해 “경고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이번 파문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지만, 이를 이유로 자진 사퇴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13일 “이 대법원장은 신 대법관이 재판의 내용이나 진행에 관여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 부적절한 행동을 한 데 대하여 엄중히 경고했고, 신 대법관의 행동으로 인해 법관들이 마음에 상처를 받고 재판에 대한 국민 신뢰가 손상되는 결과가 초래된 점에 대하여 유감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사법부 역사상 대법원장이 대법관에게 경고 조치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대법원장의 경고는 신 대법관의 책임을 명시적으로 밝히는 등 그 수위 또한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사실상 신 대법관에 대해 주의ㆍ경고 조치를 권고한 대법원 공직자 윤리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한 것이어서, 이 대법원장의 조치가 윤리위 결정에 반발해 집단 행동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일선 소장판사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전국 법원 중 가장 규모가 큰 서울중앙지법과 서울남부지법의 단독 판사들은 14일 판사회의를 열어 재판권 독립 보장 방안 등 이번 사태와 관련한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사퇴를 거부한 신 대법관의 거취 문제는 물론 이 대법원장의 경고 조치가 적절했는지에 대애서도 포괄적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사회의는 서울중앙지법 전체 단독판사 116명 중 73%인 85명이 소집에 찬성하면서 열리게 됐다. 판사회의는 매년 두 차례 정기적으로 열리지만 이번처럼 판사들의 자발적인 요구로 개최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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