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딸 정연씨 부부의 미국 주택구입 비용으로 40만달러를 받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남으로써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 자금은 총 640만달러로 늘어났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측은 추가 금품수수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어 이 부분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병처리 결정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 주 초 검찰은 2007년 9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홍콩 APC계좌에서 40만달러가 미국에 있는 부동산업자의 계좌로 흘러 들어간 사실을 확인했다. 정연씨와 160만달러짜리 주택 매매를 계약한 업자였고, 그는 검찰과 전화통화 조사에서 계약금조로 45만달러를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5만달러는 정연씨측이 따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계좌추적 자료를 토대로 지난 주말께 박 전 회장을 불러 자세한 경위를 물었다. 박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측이 자녀들 주택구입자금을 요구해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돈을 보내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 해 6월 말 100만달러를 현금으로 전달했지만 그 돈은 아들 건호씨의 유학자금 명목이었고, 딸 정연씨 부부를 포함한 자녀들의 주택 구입비용이 필요하다고 해서 다시 돈을 보냈다는 취지였다.
검찰은 이어 정 전 비서관을 불러 캐물었고, 정 전 비서관의 진술도 박 전 회장과 일치했다. 정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이 돈을 요구하고 수수하는 과정을 알고 있었으며 권양숙 여사가 구체적인 일정과 수수 과정을 조율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주택구입이 실제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
이미 정연씨 부부의 미국 주거비와 생활비 조달은 의혹의 대상이었다. 정연씨는 2003년 2월 노 전 대통령의 취임 직전 당시 사법연수원생이던 곽상언 변호사와 결혼한 뒤, 곽씨가 2004년 10월 미국 뉴욕대 로스쿨로 유학을 가면서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아이까지 있는 두 사람이 한해 학비, 주거비, 생활비 등으로 1억원 이상 드는 뉴욕 생활을 자력으로 버텼을 가능성은 적다. 정연씨는 2년 가량 영국대사관에서 일했고 곽 변호사도 8개월 가량 법률회사에서 근무했지만 모아놓은 자금이 부족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권 여사가 한국에서 몇 차례 송금을 해줬고, 이와 별도로 박 전 회장의 자금 40만달러가 추가로 제공됐다.
노 전 대통령측은 40만달러가 2007년 6월 말에 받은 100만달러에 포함된 돈이며 추가 금품 수수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만간 검찰에 제출할 100만달러 사용처 내역에도 이 40만달러를 포함시킬 예정이다.
하지만 검찰은 노 전 대통령측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정 전 비서관과 박 전 회장이 별개의 돈이라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고, 100만달러는 국내에서 현금화된 반면, 40만달러는 홍콩계좌에서 미국 은행계좌로 바로 송금됐기 때문에 같은 돈일 수 없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측의 추가 금품수수 부인은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액수가 늘어난 것이 문제가 아니라, 금품수수 자체를 전면 부인하면 증거인멸의 우려가 높다고 보고 영장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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