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가까이 그린벨트로 묶였다가 최근에서야 풀려 집 한 채 겨우 지어 놨더니 이제 와서 보금자리주택단지 지구로 지정돼 수용된다 하고…억울해도 어디 하소연할 데 조차 없네요."
보금자리주택 시범단지 지구 발표 다음날인 12일. 현지 분위기를 알아보기 위해 찾은 경기 하남시 미사동의 주민 주모(50ㆍ여)씨는 들떴을 법한 개발 기대감은커녕 푸념 일색이었다.
지난 2006년 3월 집단취락지구로 그린벨트에서 풀린 지 3년 만에 다시 보금자리주택 부지로 수용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수 십년 만에 찾은 재산권이 불과 3년 만에 보금자리주택 시범단지 지구지정과 함께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된 것이다.
■ 기대감 못지않은 냉랭한 분위기
정부가 11일 분양주택과 임대ㆍ장기전세 등을 아우른 보금자리주택 시범단지 4곳을 선정해 발표했지만 떠들썩할 것으로 예상됐던 당초 예상과는 달리 정작 해당 지역의 분위기는 싸늘하기만 하다.
주변 지역 개발 압력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묻어나고는 있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감도 만만찮다. 해당 지역 내에서도 이미 그린벨트에서 풀린 곳과 풀릴 예정인 곳이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시범단지 미사지구에 포함된 망월동 지주 박모(71)씨는 "근 40년 만에 그린벨트가 풀려 죽기 전에 보상이라도 받게 됐다"며 "시세에는 못 미치겠지만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미사지구와 연접한 풍산동 A공인 관계자는 "말이 좋아 신도시급 개발이지, 강남권에 준하는 입지 여건을 갖춘 곳에 서민주거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알짜 그린벨트를 푸는 것 아니냐"며 "지역 주민들도 임대위주의 단지 조성에 대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강남권 보금자리주택 시범단지 인근 주민들도 그다지 달가워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우면동 주민 김기만(64)씨는 "그린벨트에서 해제되는 땅주인들이야 보상을 받게 됐으니 좋아하겠지만, 다수의 인근 주민들은 중소형 임대아파트가 들어서는데 반감도 있고, 시끄러운 개발로 인한 피해도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된 4곳 중 유일하게 강북에 위치해 있는 고양 원흥지구 인근 분위기도 그리 좋지 않은 편. 시범지구로 편입될 원흥동과 도내동 인근의 비닐하우스 부지는 가격은 평당 100만~120만원 선으로 거래는 거의 안 되는 상황. 인근 원당역공인중개소 대표는 "수용가보다 낮게 사야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문의만 있을 뿐 거래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 지자체 반발도 복병
정부가 11일 서둘러 보금자리주택지구를 무리하게 앞당겨 발표한 것에 대해 해당 지자체들은 '현지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밀어붙이기식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고양시는 "현재 인근에 행신2지구, 삼송, 지축, 향동지구 등에 서민형 주택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상태에서 바로 옆에 분양가가 15%나 낮은 보금자리주택을 분양한다면 기존 지역의 미분양이 대거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곡동 세곡지구와 서초동 우면지구가 지정된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도 지구 지정에 난색이긴 마찬가지. 서초구는 국토해양부가 우면지구를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로 지정한 것에 대해 "서울시 산하 SH공사에서 우면 2지구에 대한 임대주택을 추진해 관내 임대주택 공급은 충분하다고 판단하는데, 인근에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까지 지정해가며 임대주택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적잖은 불만을 드러냈다.
강남구도 "임대단지건설에 반대하는 시범지구 인근 주민들의 민원전화가 벌써부터 몰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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