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몽골, 동남아를 중심으로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외국인이 크게 늘면서 해당 지역에서 한국어의 위상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시행 첫 해인 1997년 2,600여명에 불과했던 '한국어 능력시험' 응시자가 올해는 100배 이상 늘어난 27만명으로 예상되고, 누적 응시자도 1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10일 인도네시아 6개 지역에서 동시에 치러진 한국어 능력시험(EPS-KLT)에는 4만1,756명이 응시했다. 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이 시험에 한 나라에서 4만명 이상 몰린 것은 처음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경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한국 취업을 희망하는 인도네시아인들이 몰리면서 응시자가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관장하는 또 다른 한국어 능력시험(TOPIC)에도 올해 전세계 25개국에서 20만명 가량이 응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15만9,000명)보다 4만여명 가량 늘어난 규모다.
이에 따라 양대 '한국어 능력시험'을 합칠 경우 올해 응시자는 총 27만명, 1997년 이후 누적 규모는 100만명을 넘을 전망이다. 1회 응시료가 3만원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 80억원 가량의 응시료 수입이 예상된다.
권영진 산업인력공단 홍보실장은 "올해는 시험 횟수를 축소해 응시자가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반적으로는 2005년 이후 매년 전년 대비 2, 3배 가량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어 능력시험의 인기가 높은 것은 이 관문을 통과해야만 '한국행 티켓'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취업 비리를 막기 위해 시험 합격자에 대해서만 고용 허가를 내주고 있다.
실제로 TOPIC의 경우 연간 응시자가 2006년 3만여명이었으나, 2007년 하반기 재중동포의 한국 취업을 위한 실무능력시험 과목을 도입한 후 10만~20만명에 달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과열 양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수도인 자카르타에만 100여개의 크고 작은 한국어 학원이 운영되고 있으며, 한달 수강료도 인도네시아 노동자의 한달 월급인 180만 루피아(한화 20만원)에 달한다.
학원 관계자는 "듣기와 독해 각 25문항이 출제돼 80점(200점 만점) 이상 받아야 합격하는데, 합격률은 50% 수준"이라며 "최근에는 일부에서 한국식 족집게 강의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인력공단 한국어시험팀 관계자는 "한국어 능력시험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지난해 2월부터는 문제지를 외교행낭으로 수송하는 등 시험의 공정성과 보안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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