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경찰서는 12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세무공무원 이모(35)씨의 세무 관련 비리를 수사하기 위해 중부지방국세청(수원)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세무기관을 압수수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지방국세청 소속인 이씨는 경기 시흥에 있는 K섬유업체가 지난해 12월부터 소득세 탈루 혐의로 특별세무조사를 받게 되자 이 업체 사장의 부인 안모(48)씨에게 접근, "60억원 대에 이르는 추징금을 10억원대로 줄여주겠다"며 접대비와 로비자금 명목으로 1억 200여 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중부지방국세청 조사팀의 컴퓨터 2대와 K업체 세무조사 관련 자료 일체를 압수해 분석작업에 들어갔다. 경찰은 이씨가 안씨로부터 돈을 받는 과정에서 중부지방국세청 조사팀에 있는 대학 동기를 통해 추징금을 줄여주겠다고 말한 점 등으로 미뤄 다른 세무공무원들에 대한 청탁과 로비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 자료에 대한 분석이 끝나는 대로 일부 조사팀 직원도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특정 업체를 지목해 특별세무조사를 하고 그것을 빌미로 돈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의 핵심은 K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예정에 비해 축소됐는지 여부"라며 "추징금이 40억원대로 줄어든 정황과 관련, 세무공무원들이 이씨로부터 접대나 금품을 받아 세무조사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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