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배은망덕하고 소속 의원들은 정치적으로 죽어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국민들은 압도적 지지로 과반수 의석을 훌쩍 넘는 172석의 거대 여당을 만들어주었다. 그런 민심을 생각한다면 한나라당이 경제위기 극복과 민생을 위해 분골쇄신해야 마땅함에도 분열과 대립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 한심한 것은 170명 의원들이 친이, 친박의 울타리 속에 숨어들어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4ㆍ29 재보선 참패 이후 자성도 하고 쇄신과 화합의 목소리도 높지만, 정작 본질인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비타협을 향해 쓴소리를 던지는 의원들이 거의 없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의 신뢰가 없이는 쇄신도 화합도 요원하다는 걸 모르는 의원들이 없지만, 감히 어느 누구도 공개적으로 그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물론 이 대통령에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고, 박 전 대표를 향해선 "국정에 적극 협조하라"는 요구가 나온다. 그러나 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친박 의원들이고, 박 전 대표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이들은 친이 의원들 뿐이다. 누구도 자신이 속한 '진영'의 수장을 향해 고언을 내뱉지는 않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친이나 친박 진영에 확실히 둥지를 틀지 못한 의원들이 낙마했던 학습효과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의원들이 계파 수장에 충성을 다하지 않으면 19대 총선에서 공천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재선 이상이야 그렇다 치고 90명이나 되는 초선 의원들조차 아무 얘기도 못한다"며 "지금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치적 금치산자나 다름없다"고 자책했다.
이렇다 보니 쇄신책 논의는 엉뚱하게도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이나 조기 전당대회 개최 여부로 흘러간다. 당연히 계파간 정치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불필요한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민본21' 소속 한 의원은 "국민들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편중된 인사,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편중정책, 밀어붙이기식 정국운영 등을 고치라고 했는데 엉뚱한 곳에서 전선이 그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한 중진의원은 "지금은 혁신특위가 전권을 위임받더라도 계파의 수장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구조"라며 "필요하다면 공천 제도까지도 건드려서 의원들이 독립적인 헌법기관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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