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인 데이비드 맥키어넌 대장을 11일(현지시간) 전격 경질했다. 최고 지휘관을 전쟁 수행 중에 교체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어서 미군의 아프간 전략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미국의 현장 지휘관이 전쟁 중 해임된 것은 한국전쟁 중 더글러스 맥아더 사령관 이후 한번도 없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임명한 맥키어넌 장군은 임기가 통상 2년인 사령관직을 11개월 만에 내놓고 중도퇴진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후임 사령관에는 테러전을 주임무로 하는 합동특수전사령부(JSOC) 사령관을 지낸 스탠리 맥크리스털 중장이 임명됐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프간과 파키스탄에서 한층 강화된 전략을 펴나가기 위해서는 참신한 시각과 새로운 접근법, 새로운 사고가 요구된다"고 사령관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특별한 과오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밝혔으나 "(아프간 문제의) 군사적인 관점에서 우리는 더 잘할 수 있고, 더 잘해야 한다"고 언급, 맥키어넌 장군의 리더십이 미흡했음을 시사했다. 맥키어넌 장군은 맥크리스털 장군이 상원 인준을 통과할 때까지 임무를 수행하다 전역절차를 밟게 된다.
아프간 지휘부의 전격 교체는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간전 전략 수정과 연관돼 있다. 아프간에 2만1,000명의 병력을 증강키로 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주 게이츠 장관을 아프간에 보내 현장을 직접 점검토록 하는 등 8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아프간 전쟁에 대한 전략 변화를 모색해 왔다. 이번 지휘부 교체도 게이츠 장관이 아프간에서 돌아와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과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중부사령관과 협의한 뒤 오바마 대통령에게 건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츠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로움'과 '참신함'을 여러 번 강조해 맥키어넌 대장이 오바마 대통령의 변화된 아프간 전략을 수행하기에 적합치 않다는 것을 내비쳤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도 "아프간에서 새로운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군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AP통신 등은 맥키어넌 장군이 최근 지나칠 정도로 전투력에 의지하는 재래식 접근법에 집착한 것이 경질 배경이라고 해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군사력 못지않게 비군사적 부문에서 아프간 국민의 지지를 넓혀가는 '소프트파워'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데, 맥키어넌 장군은 이런 측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궁합'이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아프간에서 미군의 공습으로 아프간 민간인 사상자가 다수 발생한 것도 이번 결정과 무관치 않다. 일부에서는 이라크 전쟁 당시 맥키어넌 장군의 부하로 있던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이 상관을 추월해 승진한 이후 두 사람의 공조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중부사령관은 아프간, 파키스탄을 관할한다.
맥크리스털 중장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생포와 이라크의 알 카에다 지도자인 아부 무사브 자르카위의 사살을 이끄는 등 이라크전에서 특수부대를 활용, 토벌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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