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따뜻하고 배 부른' 행복한 FA(자유계약선수)는 더 이상 없다. 경제불황의 여파가 프로농구 FA 시장까지 몰아치고 있다. 유례없는 한파로 올해 FA 자격을 획득한 선수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올시즌 FA 자격을 획득한 선수는 총 33명. 그러나 이들에게 '평생 단 한번뿐인 대박 기회'라는 FA의 꿈은 남의 얘기일 뿐이다. 타 구단의 이른바 '사전작업'은 사라진 지 오래. 계약의 주도권을 쥔 원 소속구단들은 사정없이 삭감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
원 소속구단 협상 마감일인 15일까지 이틀 이상 시간이 남아 있지만 많은 FA들이 재계약에 사실상 합의했다. 그 중 FA 준척급으로 평가되는 이상민 이정석(이상 삼성) 정병국 이한권(이상 전자랜드) 정의한 정선규 조우현(이상 KCC) 문경은 한정훈(이상 SK) 등이 모두 포함됐다.
박지현(LG)과 강대협(동부) 정도만이 구단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지만 두 선수 모두 연봉 랭킹이 30위권 내에 포함돼 타 구단에서는 언감생심 영입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한국농구연맹(KBL)이 시즌 말 '전 시즌 연봉 랭킹 20위 안에 든 선수를 데려간 구단은 보상선수 1명을 원 소속구단에 줘야 한다'는 규정을 연봉랭킹 30위권으로 기습적으로 수정했기 때문이다. KBL과 구단들의 독단적인 일 처리에 '을(乙)'이나 다름없는 선수들은 하소연도 하지 못하고 냉가슴만 앓고 있는 셈이다.
모 구단 관계자는 "올시즌의 경우 FA들이 타 구단으로 이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FA대박'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 불황으로 각 구단이 예산 절감에 힘쓰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구단의 경우 1년 총예산의 40% 이상이 깎인 것으로 알려져 FA 영입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별도의 신인 드래프트나 다름 없었던 '하프코리안 드래프트'를 통해 4개 구단이 취약 포지션을 강화하면서 큰 비용이 드는 FA 영입에서 일찌감치 손을 뗀 상황이다.
FA 자격을 획득한 한 선수는 "말만 FA지 구단과 연맹의 노예나 다름없다. 뛰고 싶은 팀에서 뛰지 못하는 지금의 제도가 원망스러울 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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