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고질적'이라 해야겠다. 은행들의 얄팍한 상술 얘기다. '묻지마식' 펀드 판매로 곤욕을 치른 지 몇 달도 안돼, 이번에는 확정되지도 않은 세제혜택을 내세워 주택청약종합저축을 팔았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기존의 청약저축, 부금, 예금을 하나로 묶은 만능 청약통장. 사전가입예약자가 100만명을 넘었고, 출시 5일만에 300만명이 넘게 가입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이 통장을 취급한 5개 은행(신한 우리 하나 기업 농협)의 가입자 유치경쟁도 그만큼 뜨거웠다.
문제는 은행들이 이 상품을 판매하면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선전했다는데 있다. 은행들은 창구에 '소득공제가 가능하다'는 안내장까지 버젓이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이것은 과장 광고였다. 심하게 얘기하면 허위 광고일 수도 있다. 11일 현재까지 만능청약저축의 소득공제에 대한 정부의 공식입장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것. 복잡하고 기술적인 부분이 많아 연말 세제개편 때 최종방침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은행은 소득공제를 기정사실로 간주해, 이 상품을 팔았다. 정부쪽에서 누군가 비공식적으로 '소득공제 혜택을 줄 수도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는지는 몰라도, 결코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었다. 확정되지도 않은 것을 확정된 것처럼 판촉에 이용했다면, 이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소비자 오인 광고다.
만약 소득공제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혹은 가입자 중 일부에게만 소득공제혜택을 준다면 나머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경우에 따라선 줄소송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무작정 팔고 보자는 식(불완전판매)의 은행 관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펀드도 그랬고, 키코도 그랬다. 그리고 이번엔 청약통장까지. 이런 식이라면 동네 시장판 보다 나을게 뭐가 있겠는가.
손재언 경제부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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