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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37> 우주의 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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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37> 우주의 저수지

입력
2009.05.12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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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저수지-신용목

문득 눈을 감자 눈에서 잘려 나간 시선이 목도리처럼 날아갔다 사랑해 그러나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그때부터 있다

외진 저수지가 그 처음을 허구 중에 던질 때 그 허구

행성의 눈물샘이 행성의 조각 하나를 가라앉게 하는 일이 우주의 저녁이다

나로부터 나에까지 끝없이 달아나는 가운데 너

너로부터 너에까지 끝없이 쫓아가는 가운데 나

행성의 조각 하나가 행성의 눈물샘을 반짝이게 하는 일이 우주의 아침이다

너는 그때까지 있다

외진 저수지가 그 끝을 맹세 중에 띄울 때 그 맹세

문득 눈을 뜨자 눈으로 뛰어드는 시선이 목도리처럼 날아왔다 그만해 그러나 놓아주지 않았다

● 어떻게 별들에겐 아침과 저녁이 찾아올까? 우울한 우주 하나를 생각해 본다.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시선을 탁 끊고, 떨어트린 단추 하나처럼 우주의 저수지로 들어가면 밤이 온다. 반바퀴를 돌아 찾아온 태양의 시선이 저수지의 물이 가득 찬 지구의 눈물샘을 반짝이게 하면 아침이 온 것이다. 만나고 헤어지고 그리워하는 우리의 사랑도 이 별들을 닮았네. 그럴 수밖에 없었니? 연인을 원망하는 이를 생각해 본다. 탁 끊어진 연인의 시선이 목도리처럼 잠깐 그의 얼굴을 향해 나풀거린다. 저녁이 와서 이제 그만 허공으로 올라가려는 별을 못 가게 하듯 목도리 끝을 꽉 손에 붙잡는다.

서동욱(시인ㆍ서강대 철학과 교수)

ㆍ신용목 1974년 생.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바람의 백만 번째 어금니> . 시작문학상(2008)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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