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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자동차 원가경쟁력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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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자동차 원가경쟁력 승부

입력
2009.05.12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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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0년간 세계 자동차산업의 심장 노릇을 한 미국 자동차 공장들이 황급히 짐을 싸서 중국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일본, 한국, 독일, 이탈리아는 이 비행기를 중국이 아니라 자국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일본 도요타, 한국 현대기아차, 독일 폭스바겐, 이탈리아 피아트 등이 그 주역이 되겠다고 몸부림치고 있다. 과연 어디에 이 비행기가 착륙할 것인지, 세계 자동차산업 재편의 흥미진진한 드라마가 시작됐다.

세계 자동차산업 재편 드라마

1908년 GM의 창립과 포드의 T형 모델 개발이후 세계 자동차산업을 이끌어 온 미국의 빅3는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을 시작으로 한 시대를 마감하고 있다. 물론 미국 빅3는 경쟁의 룰을 바꾸어 친환경차로의 도전을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친환경차 표준화 전쟁에 앞서 단기적으로는 내연기관 경쟁으로 승부가 갈릴 것이다. 세계 자동차산업의 역사적 변화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이 얻어야 할 시사점은 무엇일까.

첫째, 제품경쟁력과 원가경쟁력의 두 요소 중 원가경쟁력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산업 역사에서 무너진 거인들은 대부분 제품경쟁력보다 원가경쟁력에서 실패한 때문이었다. 미국의 빅3도 강성노조로 인한 고비용 구조와 원가경쟁력 약화로 시장경쟁력을 잃고 말았다.

반면 한때 원가경쟁에서 밀려 무너졌던 고(高)기술업체들도 원가경쟁력을 회복하면서 부활했다. 1990년대 후반 일본 니산이 카를로스 곤의 구조조정 성공으로 부활했고, 2004년 부도 위기에 몰렸던 이탈리아 피아트 역시 세르지오 마르키오네 회장 취임 이후 강력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지난해 세계 적 불황 속에서도 흑자를 기록했다. 기술은 배우고 사올 수 있지만, 원가경쟁력은 배우기가 쉽지 않다. 이제 중국이 저원가를 이끌어가게 될 텐데, 한국 역시 어떻게 원가경쟁력을 유지할 지가 향후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

둘째,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자가 미국의 빅3 중심에서 피아트나 도요타, 스즈키와 중국업체 등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과의 경쟁이 원가경쟁력 없는 느린 거인과의 싸움이었다면, 새로운 경쟁은 중소형차와 신흥시장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발 빠르게 움직이는 상대와의 싸움이다. 특히 급부상하고 있는 피아트는 소형차와 신흥시장에서 전체수익의 절반이상을 올리고 있다. 피아트가 크라이슬러와의 전략적 제휴로 미국시장까지 겨냥한다면, 세계전략이 겹치는 현대기아차와 전면전을 펴게 될 가능성이 높다.

GM대우의 경쟁자도 GM상하이다. GM은 GM대우의 생산기지 역할을 중국으로 옮겨가려 한다. 이런 엄청난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GM대우 문제를 국내 관점에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쌍용차에 대한 판단도 잘못된 가정이 문제다. 지난 4개월간 1만 여대 판매에 그친 쌍용차를 5만대, 8만대 팔 것이라고 가정한 생존가치 판단은 제2의 인천공항철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잘못된 예측을 좇아 건설한 인천공항철도는 매년 2500억원의 적자를 국민 세금으로 메우고 있다.

노사 빅딜로 위기극복을

경쟁 상대가 바뀐 상황에서 원가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동성의 관점을 넘어 수익성과 경쟁력의 관점으로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 기업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불확실성이다. 특히 노사관계가 그렇다. 반면 노조는 고용 불안정성을 걱정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이해를 서로 빅딜해서 자동차산업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일본 도요타가 1950년대 생사를 넘나들 때 선택했던 것과 같은 비상한 방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위기 극복은 어렵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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