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지난해 4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던 전북 김제시 가축 통계 조사 실태를 점검하다 깜짝 놀랐다. 조사를 맡은 통계청의 구 전북통계사무소 김제출장소가 지난해 12월 가축 통계 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조사 대상 80여농가 중 70여곳은 방문도, 통화도 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개정된 통계청 '현장 조사 담당 공무원 행동지침' 훈령에 따르면 분기별 조사 시 최소 1회 이상 방문ㆍ면접 조사를 실시하고 현장조사를 할 때는 반드시 경영주를 면접하거나 확인하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통계청 출장소 관계자는 당시 면사무소에 있던 '닭 사육 기초 자료' 수치를 그대로 농업통계시스템에 입력한 뒤 마치 농가 80여 곳을 모두 방문해 경영주와 면접조사를 한 것처럼 보고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로 인해 사육 중인 닭 4만8,500마리가 통계에서 누락되는 등 통계의 정확성과 신뢰성이 떨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구 광주전남지방청 나주출장소도 전남 나주시 농가 9곳을 조사하면서 6곳은 닭 사육 현황을 현장조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A농가에서는 닭을 한 마리도 사육하지 않는데 4만마리를 사육 중이라고 통계자료에 입력했다.
감사원은 11일 통계청 기관 운영 감사 결과, 이 같은 현장조사 미실시 사례가 적발되는 등 부실한 통계조사 운영 현황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 결과, 통계청은 인구동향 조사에서도 오류를 범했다. 사망자 통계를 작성하면서 무연고 사망자의 수를 파악하거나 포함하지 않았던 것.
감사원이 2006년부터 3년 간 11개 광역시ㆍ도의 인구 동향을 표본조사한 결과, 행려병자 같은 무연고 사망자의 경우 2006년 474명, 2007년 465명, 2008년 419명이 통계에서 누락됐다. 이는 전체 사망자의 0.18~0.24%에 해당된다.
감사원은 또 관내 골프장 7곳이 건설되면서 경지면적이 62만4,668㎡나 감소했는데도 구 경기지방통계청 등 5개 지방 통계청이 현장조사를 실시하지 않아 경지면적 조사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같은 사업 분야 조사인데도 통계 조사 결과가 다르게 집계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이 2007년 통계청 전국 사업체 조사와 광업ㆍ제조업 조사를 비교한 결과, 전자에는 있는데 후자에는 없는 기업체가 73개였고, 반대의 경우도 53개였다.
또 두 통계에 모두 집계된 C사 광업소의 경우 인원 수가 각각 231명, 270명으로 차이가 있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조사 기준 시점과 조사 시점의 차이를 간과하고 통계를 집계 공표함으로써 통계의 정확성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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