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말 중앙정보부가 조작한 '이수근 간첩사건'에 연루돼 21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이씨의 처조카 배경옥(71)씨에게 10억원의 형사보상금을 지급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 이기택)는 배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형사보상 청구사건에서 "국가는 배씨에게 7,079일 동안의 구금에 따른 보상금 10억6,7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전체 구금일수에 하루 형사보상금 최고액 15만800원을 곱한 금액이다.
배씨는 1969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북한 조선중앙통신사 부사장 출신 '이중간첩' 이수근의 처조카다. 이씨는 67년 3월 22일 판문점을 통해 귀순했으나 남한에 적응하지 못했고, 69년 1월 중립국에서 남북한을 함께 비판하는 책을 쓰려고 캄보디아로 가다가 베트남에서 중정 요원에게 체포됐다. 베트남에서 기술자로 일하던 배씨도 함께 붙잡혔다.
중정은 "이씨가 남한의 기밀을 수집해 배씨를 통해 북한으로 보내려다가 발각되자 함께 위조여권을 만들어 탈출했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배씨는 중정에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숱한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이기지 못해 허위 자백했고,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21년간 복역하다가 89년 12월 출소했다.
그 사이 이모부 이씨는 사형을 선고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의 아들은 아버지가 옥살이하는 동안 '간첩의 자식'으로 낙인찍혀 고통을 당했고, 결국 배씨가 출소한 뒤 8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건 발생 40여년이 지난 2007년 1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이수근 사건을 중정의 조작으로 결론 내면서 배씨는 누명을 벗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고법에 청구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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