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에 정부의 '스트레스 테스트'(재무안정성 검사) 관문을 넘긴 미국 금융업계가 이제 신용카드 여신 부실이라는 새로운 관문에 직면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7일 발표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는 시험 대상 금융회사에서 최악의 경우 내년 말까지 모두 824억달러(약 102조원)의 신용카드 부문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진단이 포함됐다. 이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금융회사들에게 요구한 자본 확충 규모(746억달러)를 웃도는 액수다.
테스트 대상 금융회사 중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캐피털원 파이낸셜은 신용카드 여신의 20% 정도가, 그리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에서는 23% 가량이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금융 전문가들은 전체 금융업계에서 내년 말까지 발생하는 신용카드 여신의 부실 규모가 1,860억 달러로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좀처럼 낮아질 줄 모르는 미국의 실업률도 금융업계의 신용카드 대란 공포를 키우고 있다. 전통적으로 실업률과 신용카드 여신 부실률은 비슷하게 움직였지만 부실률이 실업률을 초과하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1분기 씨티그룹의 신용카드 부실률은 10.2%로 지난주 8.9%에 달한 실업률을 이미 추월했다.
신용카드 업계의 지난해 연말 부실여신 비율은 6.3%정도였다. 이는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진 2001년의 7.9%에 비하면 낮지만, 그때와 달리 지금 미국인들의 상당수는 현금화할 자산이나 퇴직금이 없어 일자리를 잃으면 디폴트(지급불능)을 선언할 수밖에 없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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