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개입’ 논란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에 반발하는 일선 판사들의 공개적 입장 표명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이들 소장 판사들은 신 대법관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며 판사회의 소집을 요구하는 등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어, 신 대법관을 둘러싼 법원 내부의 진통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11일 서울중앙지법 이옥형 판사는 법원 내부게시판에 ‘희망, 윤리위, 절망’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법관 사회에 무거운 침묵과 절망이 감돌고 있다”며 “많은 법관들이 ‘그러면 그렇지’ 하는 냉소를 보내고 있다”고 썼다.
이 판사는 신 대법관이 판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보석에 신중을 기하라’고 밝힌 점을 문제 삼으며 윤리위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이것을 직무상 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하니 도무지 납득이 안 돼 가슴만 답답하다”고 심정을 밝혔다.
광주지법 목포지원 유지원 판사도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결자해지의 측면에서 신 대법관님의 결단을 부탁 드린다. 사법부가 더 이상 소모적 논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결단이 어떤 것인지 알고 계시리라 믿는다”며 사실상 사퇴를 촉구했다.
부산지법 문형배 부장판사도 “내부자의 재판권 침해를 용인한다면 외부자의 재판권 침해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서울중앙지법 정영진 부장판사는 “판사회의 등을 통해 강력한 의견을 표명할 시점”이라고 밝혔고, 서울동부지법 오경록 판사는 “법관 독립이라는 헌법의 소중한 이념이 법원 내부에서조차 무시당하고 있는지…”라며 자괴감을 표현했다.
앞서 윤리위는 8일 신 대법관에 대해 “징계위에 회부할 정도의 중대한 재판독립 침해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며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경고ㆍ주의 조치를 권고했다.
그러나 이는 신 대법관의 행위를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판단한 진상조사단 결론에서 크게 후퇴한 것으로 해석돼, 이 대법원장이 여론의 비난과 일선 판사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윤리위의 결정을 존중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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