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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학회 16일 학술대회/ 분단 60년, 남과 북 '우리말' 얼마나 멀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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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학회 16일 학술대회/ 분단 60년, 남과 북 '우리말' 얼마나 멀어졌나

입력
2009.05.10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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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분단된 지 60여년이 흐른 지금 남한과 북한의 '우리말'은 서로 얼마나 멀어졌을까.

한글학회가 세종대왕 탄신일(15일)을 맞아 북한 언어를 주제로 한 '612돌 세종날 기념 전국 국어학 학술대회'를 16일 한글회관에서 연다.

학술대회에서는 개고기(단고기), 드라이클리닝(화학빨래), 녹차(푸른차) 등 일상 용어의 차이에서부터, '심부름꾼'이라는 단어가 북한 정권에 의해 '혁명과 건설의 일정한 부문에서 사업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변모하게 된 과정 등 어휘의 의미 변화,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 현황 등 북한 언어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발표된다.

전수태 고려대 교수는 '북한 의미론 연구의 최근 동향'이라는 발표문을 통해 2000년 이후 의미론의 흐름에 대한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여준다. 전 교수에 따르면 김일성 김정일 부자에 의해 창조되거나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 어휘로 인해 북한에서 쓰이는 언어는 남한과 상당한 차이를 갖게 됐다.

예컨대 '사람'이라는 낱말에는 '혁명과 건설의 주인'이라는 의미가 부여되고, '꽃봉오리'라는 낱말은 '조국의 앞날을 떠메고 나갈 어린 세대'라는 일반 명사로 쓰이고 있다. 체언뿐 아니라 '기름지다'라는 형용사는 '영화가 기름지게 잘 되었다'는 표현에서 '원만하게' '제대로'의 뜻으로 사용되듯 용언의 사용도 남한과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 교수는 "주체사상의 근본원리에 기초해 뜻을 넓히거나 인민의 정서에 따라 어휘의 뜻을 발전시킨 것이 현대 북한 언어의 특징"이라고 분석한다.

김선철 국립국어원 연구원은 '북한 교과서 학술용어의 어휘론적 분포 양상'이라는 논문을 통해 교육현장에서 심화되고 있는 남북한 용어의 이질화에 주목한다.

국어 문법 교과서를 예로 들면 남북 교과서에서 대응쌍을 형성하는 105개 학술용어 가운데 동일한 것은 35.2%인 37개에 그친다. 나머지는 '비음'이라는 용어를 북한에서는 '코안소리'라 칭하듯 서로 큰 차이를 보인다.

김 연구원은 "남한 용어는 한자어 명사들의 결합으로 이뤄진 합성어가 많지만, 북한에서는 고유어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피상적인 이질화 현상을 전체적인 남북 언어 이질화의 부정적 지표로 인식하는 것은 무리"라는 조심스러운 견해를 밝힌다.

홍종선 고려대 교수는 '북한의 국어사전 편찬 성과와 겨레말큰사전'이라는 발표문을 통해 민족어 통합을 위한 남과 북의 공동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남한에서는 개별 출판사가 사전 편찬을 주도해 다양성이 있지만 편찬 작업이 1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인 반면, 북한에서는 하나의 국가기관이 편찬을 계속 진행해 일관성이 있지만 국가 언어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평가한다.

홍 교수는 또 "남과 북이 반 세기 이상 단절한 상태로 지내며 언어도 나름의 변화ㆍ발전을 거쳐왔다"며 "이는 불행한 일이지만 우리말의 총량을 풍부하게 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 언어를 모두고 다듬는 일은 공동 사전의 편찬을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홍 교수는 "분단 극복을 위해 남과 북은 언어의 통합을 먼저 이뤄야 하며, 2013년까지 편찬키로 한 '겨레말큰사전'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고 결론짓는다.

■ 서울토박이 젊을수록 된소리 발음

16일 한글학회 학술대회에서는 점점 된소리로 변해가는 토박이들의 '서울말'에 관한 연구도 발표된다. 이호영 서울대 교수는 '서울 토박이들의 경음화 선호도'라는 논문을 통해, 젊은 세대일수록 경음을 선호하는 현상을 밝힌다.

이 교수는 20대부터 70대까지 156명의 서울 토박이를 상대로 ▲어두 경음화 ▲사이시옷에 의한 경음화 ▲'ㄹ'음으로 끝나는 한자어 발음 뒤의 경음화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성별에 따른 차이는 크지 않은 반면, 연령에 따른 경음화 선호도는 확연히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된소리 발음과 관련된 표준어 규정이 현실 발음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물고기'를 예로 들면 70대의 경우 40%만 된소리(민물꼬기)로 발음했지만, 20대는 97%가 된소리를 냈다. 60대, 50대, 40대는 각각 61%, 70%, 80%가 된소리를 냈다.

'이슬방울'도 70대의 경우에는 33%만 '이슬빵울'로 발음한 반면, 20대는 79%가 된소리로 발음했다. 이 단어들은 모두 된소리로 발음하도록 <표준국어대사전> (국립국어원 발행)에 규정돼 있다.

'세련되다'(쎄련되다), '소주'(쏘주) 등 된소리로 발음하면 안 되는 경우에도 젊은 세대일수록 경음화를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했다. 그러나 된소리로 발음하도록 규정한 '쌀겨'(쌀껴), '안간힘'(안깐힘) 등은 젊을수록 경음화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이시옷 뒤, 'ㄹ'음으로 끝나는 한자어 뒤 등 경음화 환경에 있는 단어들의 된소리 선호도도 들쑥날쑥한 분포를 보였다.

이 교수는 "표준어 규정이 현실 발음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표준국어대사전> 의 발음 규정이 언중들로부터 외면당하지 않으려면, 발음에 대한 체계적 조사를 실시해 보다 유연하고 정확한 어문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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