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병처리를 미루면서 검찰 스스로 덫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검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불구속이냐 구속이냐가 문제가 아니고, 그 결정이 계속 미뤄지는 것이 검찰의 신뢰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상 조사가 마무리 된 상황에서 결정이 지체될수록 외부 의견에 끌려갈 수 있다"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여부 결정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측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은 100만달러 사용처 내역을 받아보고 권양숙 여사를 다시 불러 조사한 뒤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사용처가 제출되더라도 확인하는 데만 열흘 이상 걸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사법처리에 적정한 시간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세에 지장이 없는 만큼 시간을 자꾸 지체하는 것이 검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신병처리가 늦어지면 증거인멸 등에 대한 논리를 주장하기가 어려워지고, 여론도 불구속 기소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이 주체적으로 결정 의견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외부 여론에 이끌려 결정을 내리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신병처리가 늦어지는 것으로 봐서 임 총장이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러나 한편으로 노 전 대통령측이 제출할 사용처 내용에 뭐가 있을지 모르는 마당에 먼저 신병처리를 밝히기도 곤란한 일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가능한 한 이번 주까지 사용처 내역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노 전 대통령측은 정확한 시점을 밝히지 않고 있다. 권 여사가 사용처를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해명이다.
노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에 대한 결정을 한정 없이 미룰 수만은 없는 만큼 권 여사 조사가 예상외로 늦춰질 경우 임 총장이 그에 앞서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