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7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 거래처 관계자들의 자택 등 18곳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2007년 천 회장 가족의 지분 매각과 관련한 자료들을 대거 확보한 것으로 밝혀져 수사가 대선 자금 의혹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는 이날 서울 성북동 천 회장 자택과 중구 태평로2가 삼성생명빌딩의 세중나모여행사 사무실, 소공동 세성항운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주식거래 내역, 회계자료 및 천 회장의 개인 장부와 이메일 내역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천 회장의 거래처 관계자와 지인 등 15명의 자택도 함께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세무조사 무마 로비 수사를 위해 압수수색을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만간 천 회장을 소환해 박 회장으로부터 로비 자금을 받았는지와 여권 핵심 인사 등에게 자금을 전달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천 회장과 함께 박 회장 구명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또 '박연차 리스트'에 대한 수사 착수 직전, 미국으로 출국해 '기획출국' 의혹을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소환 조사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 중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2007년 대선 직전 천 회장 가족의 306억원 어치 회사 지분 매각과 관련된 자료를 확보해 매각 자금의 흐름과 사용처를 추적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검찰은 천 회장 자녀들의 세금납부 자료를 확보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자금 흐름을 일부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본보 4월27일자 1ㆍ3면). 야당 등은 당시 지분 매각 자금이 이 대통령의 특별당비 30억원 대납과 대선 및 경선 자금으로 사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와 관련, 민주당 '천신일 3대 의혹 진상조사특위' 공동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이 대통령의 대학 동기ㆍ후배 2명이 세중나모 사외이사로 취임한 직후 지분 매각이 시작됐고 이를 중개한 회사 3곳도 이 대통령 등과 관련된 업체라는 의혹이 있다"며 "검찰은 천 회장의 지분 매각 경위와 매각 대금의 사용처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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