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문젤로 지음ㆍ김성규 옮김/휴머니스트 발행ㆍ312쪽ㆍ1만4,000원
동ㆍ서양 지성의 첫 만남은 어떤 식으로 이뤄졌을까. 이 책은 저자가 '대항해 시대'로 이름 붙인 1500~1800년, 중국과 유럽에서 일어난 문화 교류의 현장을 소개하며 동ㆍ서양의 공존과 소통의 역사를 복원한다. 저자인 데이비드 문젤로 미국 베일러대 교수는 평생 동서교류사를 연구한 역사학자로, 이 저서를 통해 서구의 오리엔털리즘에서 벗어나 동서교류를 양방향의 소통으로 이해하는 관점을 보여준다.
이 시기는 유럽이 항해술의 발달을 바탕으로 세계로 뻗어나가던 때다. 유럽의 선교사와 상인들은 그들의 종교와 과학을 중국에 전했고, 중국의 철학과 예술을 자신들의 대륙으로 가지고 돌아갔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두 문화가 상대방의 수준높은 지성에 충격을 받고 서로를 수용하는, 때로는 오해하고 거부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서양의 힘에 의한 일방적 소통은 1800년 이후에야 시작된 일일 뿐이며, 그보다 훨씬 앞선 시기에 두 문화가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소통했던 역사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선교사와 중국 지식인의 만남, 유교와 기독교의 조응, 회화의 원근법과 도자기 제조술 등이 오가는 장면을 생생하게 복원해 동ㆍ서양이 호혜적 관계로 만나던 시절의 풍경을 재현한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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