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사령탑 대결구도는 알렉스 퍼거슨(6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과 거스 히딩크(63) 첼시 감독이었다. 하지만 두 감독의 명암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갈렸다. 퍼거슨 감독은 2시즌 연속 맨유를 결승에 올려놓으며 '맨유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
반면 히딩크 감독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4강 징크스'에 고개를 떨궈야 했다. EPL에서도 맨유가 첼시를 제치고 리그 3연패를 눈앞에 두고 있다. 히딩크 감독도 따라올 수 없는 퍼거슨 감독의 지도력과 용병술을 살펴봤다.
■ '미다스의 손'은 장기집권의 힘
1986년 맨유 지휘봉을 잡은 뒤 장기집권을 하고 있는 퍼거슨 감독은 상대팀들의 견제로 가장 많이 욕을 먹는 사령탑이다. 이로 인해 생긴 '욕심쟁이' '늙은 너구리' '위선자' 같은 별명에도 불구하고 그는 99년 트레블(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컵대회 우승)을 달성한 공로로 영국왕실로부터 최고 권위의 기사작위를 받아 '퍼거슨경'으로 불리며 존경을 받고 있다.
'퍼거슨경'이 장기집권할 수 있는 원동력은 인재를 보는 안목에 있다. 브라이언 롭슨, 로이 킨, 데이비드 베컴(AC밀란), 라이언 긱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이상 맨유) 등의 축구스타들이 모두 그의 손을 거친 '애제자'들이다.
퍼거슨 감독은 '축구아이콘'인 베컴을 키워냈을 뿐 아니라 '차세대 축구아이콘'으로 자리잡은 호날두까지 세계적인 선수로 탈바꿈시켰다.
불 같은 성미로 다혈질인 퍼거슨 감독은 심판 판정에 대해 거침없는 독설을 퍼붓고 그라운드를 박차고 나가는 '파이터'다. 이 같은 행동은 선수들의 투지를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된다.
■ 꾸준함으로 일군 최고의 자리
산전수전 다 겪은 퍼거슨 감독은 수 싸움에 도가 텄다. 그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고, 맨유에서만 32개의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UEFA챔피언스리그 2회(99, 2008)를 비롯해 리그 10회, FA컵 5회, 리그컵 3회, 커뮤니티실드 8회, UEFA 위너스컵, UEFA 슈퍼컵, 인터콘티넨탈컵,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각각 1회 정상을 밟았다. 여기에 그는 올 시즌 우승컵(리그, 챔피언스리그) 2개를 더 추가할 기회가 남아있다.
그는 올해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에서 선정한 지난 12년간 최고의 감독에 뽑혔다. 그리고 99년에는 UEFA 올해의 감독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껏 UEFA챔피언스리그에서 3차례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감독은 리버풀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밥 페이슬리(1977, 1978, 1981) 감독이 유일하다. 퍼거슨 감독은 오는 28일 로마에서 열리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바르셀로나를 꺾는다면 밥 페이슬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 신출귀몰한 용병술
퍼거슨 감독은 잉글랜드 클럽 감독 중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대륙간 클럽 대항전에 대한 운영의 묘미를 가장 먼저 체득한 감독으로 꼽힌다. 그는 EPL에서는 공격에 무게를 높게 두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두터운 수비를 중시하며 공격을 전개하는 전술을 사용한다.
이는 세리에A, 프리메라리가식 스타일에 EPL 스타일 적절히 가미한 것.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퍼거슨 감독의 전술에는 이탈리아 스페인 잉글랜드 스타일이 고루 섞여 있다. 각 리그의 장점들을 융합해 최상의 전술로 승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가 수많은 우승컵을 차지할 수 있었던 건 신출귀몰한 용병술도 한 몫 했다. 팀의 베스트11을 가장 예상하기 어려운 감독이 바로 퍼거슨 감독이다. 그는 호날두와 리오 퍼디낸드, 네마냐 비디치 등 몇몇을 제외하고 '로테이션 시스템'을 활용해 매 경기 변화를 준다. 상대팀의 유형과 팀 전술,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고려한 용병술은 적중 확률이 매우 높다.
특히 선수교체로 인한 승부의 흐름을 바꾸는 경우가 잦다. 99년 바이에른 뮌헨과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도 후반 교체투입된 숄사르가 0-1에서 후반 종료 3분을 남기고 2골을 넣어 우승한 적이 있다.
올 시즌에도 그의 용병술은 위기마다 빛을 발했다. 그는 아스널과 UEFA챔피언스리그 2차전에서도 루니, 호날두, 박지성 스리톱을 내세우는 '깜짝 용병술'로 로마행을 열었다.
또 EPL 경험이 전무했던 18세의 영건 페데리코 마케다를 과감히 조커로 기용하는 용병술을 발휘, 지난달 리그 애스턴 빌라(6일)와 선덜랜드(11일)전에서 극적인 승리로 첼시와 리버풀의 거센 추격을 뿌리칠 수 있었다.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