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엄마들은 불행하다. 전통적, 권위적인 가부장제의 억압과 순종에서는 벗어났지만 수많은 의무와 고통, 사회적 차별이 그들을 짓누르기 때문이다. 가사노동은 물론 생계나 아이들 학원비를 위해 맞벌이를 하는 것은 예사이고, 아이들 입시전쟁까지 떠맡는 '슈퍼 맘'으로 살아야 한다.
그렇다고 나중에 대접을 받는 것도 아니다. 불행은 노후까지 이어진다. 뼈 빠지게 자식들 키워 놓으면 뭐하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30% 이상이 자식들로부터 경제적 지원 한 푼 못 받는다. 10명 중 9명은 아예 자식들의 부양을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사회의 차별도 여전하다. 평균 교육기간 15년의 고학력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없다. 그나마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것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임금은 남성의 절반 수준(52%)이다. 정치참여율도 아직 14%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을 종합해 국제 아동권리기관인 '세이브 더 칠드런' 은 한국이 세계 158개국 중 '어머니로 살기 좋은 나라' 50위라고 발표했다. 2004년 16위에서 2005년 46위로 크게 떨어진 뒤 순위가 점점 뒷걸음질치고 있다.
사실 여러 통계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한국이 어머니로 살기 힘든 나라라는 사실은 미래 국가경쟁력에 치명적인 세계 최저 출산율(1.19명)만으로도 금방 알 수 있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직장의 곱지 않은 시선과 사회적 지원제도 부족,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심지어 결혼을 시키고도 자식들 경제 걱정까지 하며 평생 고달프게 살아야 하는데 누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어 하겠는가.
이렇게 어머니들이 고생고생하면 아이들이라도 행복해야 할 텐데 그것도 아니다.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조사 결과, 한국 청소년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행복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았다. 어머니 되기 싫어하고, 어머니로 살기 힘들어 하고, 아이들까지 불행한 이유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정치가 별 건가. 그런 어려움부터 하나하나 없애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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