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이 늦은 엄마를 기다리며 음악을 듣다가 잠들곤 하던 꼬마가 있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는 100번쯤 들었을 것이다. 피아노를 치던 그 아이는 아홉 살 무렵 작곡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미국으로 가서 줄리어드 예비학교와 커티스 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했다.
줄리어드 예비학교에서 16세에 쓴 첫 오케스트라곡으로 1998년 미디어그룹 베텔스만이 주최한 콩쿠르에서 작곡 부문 최고상을 받으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가 올해의 작곡가로 초청한 재미 작곡가 김솔봉(28)이 걸어온 길이다.
7일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린 SSF 개막 무대에서는 그의 작품 '해시계 연대기'가 세계 초연됐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가야금, 장구의 6중주곡이다. 그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한 이 작품은 큰 박수를 받았다.
"국악기가 들어간 곡을 쓴 것은 처음이라 힘들었지만, 가야금과 장구의 매력을 알게 됐지요. 강동석 SSF 예술감독으로부터 국악기가 들어간 곡을 써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어요. 제가 도전을 좋아하거든요. 국악기와 양악기를 함께 편성하면 어떤 소리가 날까 궁금했죠."
그가 한국에 알려진 것은 2004년, 유라시안필이 예술의전당에서 초연한 '크레도'가 극찬을 받으면서부터다. 이후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부천필, 유라시안필, 프라임필, 코리안심포니에 의해 연주됐다.
MIK앙상블은 그의 곡을 수록한 음반을 냈다. 2007년 부천필과 김상진이 한국 초연한 비올라협주곡 1번은 올해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청주시향과 김상진에 의해 다시 연주됐다.
2007년 프라임필이 세계초연한 '전쟁레퀴엠'은 200명의 합창단이 필요한 대작이다. 국내에서 20대 젊은 작곡가의 작품이 이처럼 자주 연주된 적은 거의 없다.
그는 이제 교향곡 1번을 쓸 준비를 하고 있다. 2010년 문을 열 뉴욕의 공연문화센터 '덤보 스페이스' 예술감독, 6월 22일부터 7월 말까지 미국 메인주에서 열리는 '2009 애틀랜틱 음악제' 총감독도 맡고 있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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