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수 해의 축복, 짝수 해의 저주.
작년 말과 올해 초, 설명회를 다니며 고객들과 만났을 때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던 기억이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경제는 사이클이 매우 짧아졌습니다. 진폭도 매우 작아졌지요. 재미있는 것은 짝수 해의 주식 수익률이 좋지 않고, 홀수 해의 수익률은 좋다는 것입니다. 2008년은 짝수 해로 좋지 않았지만, 2009년도는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실제 1999년 이후 한국 증시의 흐름은 약세와 강세의 반복이 1년 주기로 왔었다. 1999년 ~2008년 까지 매 홀수 해마다의 수익률은 각각 82.8%, 37.5%, 29.2%, 54.0%, 32.3%이다. 평균 43.5%의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1999년 이후 작년까지 매 짝수 해의 수익률을 보면, 각각 -50.9%, -9.5%, 10.5%, 4.0%, -40.7%이다. 평균 수익률은 -17.3%로 매우 저조하다. 2004년도에는 10.5% 주가가 상승했지만, 그 이전과 이후 각각 29.2%, 54.0%의 수익률에 비해 크게 부진하다.
이처럼 국내 증시가 1년 단위로 좋은 흐름과 나쁜 흐름을 반복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앞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국내 경기 사이클이 매우 짧고 진폭도 작아졌기 때문이다. 1년을 주기로 소규모의 호황과 불황이 엇갈리는 구조이며, 그렇다 보니 경기가 큰 폭으로 확장될 여지도 많지 않으나 경기하강에 따른 고통 역시 줄어든다. 둘째, 항상 짝수 해에 무엇인가 터진다. 2000년 IT 버블 붕괴, 2002년 말 카드 사태, 2004년 차이나 쇼크, 2006년 버냉키 쇼크 등 짝수 해에 일이 터지고 바로 다음해인 홀수 해에 이를 만회하는 것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2008년의 악재는 리만브라더스 파산 이후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다.
갑자기 홀수 해와 짝수 해의 수익률 차이를 언급한 이유는 최근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올해 주가 고점에 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질문의 의도는 분명하다. 단기적으로 많이 올랐는데, 자칫 상투를 잡기 않을까 걱정된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이런저런 이론적인 가정이나 경기전망을 가지고 적정주가나 목표치를 이야기하지만 가끔 연세가 많이 드신 분들이나 이론적인 부분을 잘 모르는 분들의 경우 위의 사례를 가지고 답변하는 경우도 있다.
"연초 이후 현재까지 국내 증시 상승률이 약 25.6%인데, 99년 이후 홀수 해 주식시장 상승률의 평균이 35.7%입니다. 아직 한 10% 정도 상승 여력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지수대로는 대략 1,500 초반입니다. 이건 연말지수 목표니까요 연중 고점은 이보다 높을 것입니다." 논리적인 허점은 있을지 몰라도 가끔은 이렇게 쉽게 설명하는 것이 더 마음에 와 닿는 경우가 있다.
지난 주말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발표됐다. 우려했던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고, 시장은 이에 환호했다. 국내 증시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지금까지 미국의 이슈가 시장을 좌우했지만, 이번 주에는 중국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중국의 물가 및 소매판매, 산업생산 등 굵직한 지표들의 발표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의 최근 상승의 배경 중에는 예상보다 빠른 중국의 경기회복 조짐도 한 몫 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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