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에서 사육되고 있는 사향쥐가 야생으로 유출될 경우 제2의 '뉴트리아'처럼 생태계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으로 예상돼 환경부가 특별관리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립환경과학원은 10일 외래 동식물에 대한 생태계 위해성을 정밀 조사한 결과, 사향쥐와 비자루국화, 미국가막사리, 큰김의털 등 5개종의 위해성이 높게 평가돼 이들 종(種)에 대한 제거와 유입 차단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향쥐는 의약 원료인 사향 채취를 위해 2000년 이후 북미에서 수입된 외래종. 외부와 격리된 사육장에서 키워져 아직까지는 야생 유출 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으나, 일단 하천이나 습지에 풀리면 강한 번식력과 수초와 수생동물을 먹어 치우는 습성 때문에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
국립환경과학원 김명진 생태평가과장은 "유럽과 일본의 경우 사육 사향쥐의 야생 유출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이번 조사에서 충남 일대 130여개 농가에서 약 1만마리를 사육 중인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육용으로 수입된 뒤 유출돼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뉴트리아'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향쥐를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사향쥐와 함께 역시 북미가 원산지인 비자루국화와 미국가막사리 등은 일부 지역에서 식물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씨앗이 바람을 타고 번지는 비자루국화는 한강 강서습지와 순천만 습지에서 발견된 데 이어 태안, 군산, 부안 등 바닷가 습지에서 칠면초와 해홍초 등 토종 자생식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가막사리는 강릉 주수천, 전주 내평리의 묵논과 하천변 등에 번져 토착식물에 피해를 주고 있으며, 산을 깎은 곳의 녹화를 위해 수입된 큰김의털은 도로변을 따라 지리산과 한라산 국립공원에 침입해 일대 식생을 교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환경과학원은 전국의 생태 교란종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 일부 지역적 편차에도 불구하고 황소개구리 배스 붉은귀거북 등의 분포 밀도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황소개구리는 전남 신안과 청주 무심천 지역에서는 개체수가 줄었으나, 전남 무안과 나주에서는 각각 25%와 115% 증가했다. 배스도 2008년 조사에서는 진위천과 만경강 일대에서의 개체수가 전년보다 각각 33%와 38% 증가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