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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아름다운 인연' 스웨덴 부부 18쌍의 한국 등 해외입양 사연들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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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아름다운 인연' 스웨덴 부부 18쌍의 한국 등 해외입양 사연들 책으로

입력
2009.05.1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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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덕 김 스코글룬트 지음ㆍ허서윤 옮김/사람과책 발행ㆍ272쪽ㆍ1만1,000원

"아내는 솟아오르는 눈물을 애써 참으면서 무엇인가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나 또한 나 자신을 제어할 수 없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기쁨으로 우리는…(중략)… 울어버렸다."(119쪽)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 분이 어머니(mamma)야"라며 남편이 낯선 아이를 부인에게 소개하자, 그 아이는 "엄마(umma)!"라고 불렀던 것이다. 1982년 어느 날 스톡홀름 아란다 공항에서의 감격적인, 그러나 조금은 이상한 만남의 순간이다. 아이를 간절히 기다리던 40대 스웨덴 불임 부부, 까다로운 서류 절차를 거쳐 한국 대구의 보육원에서 날아온 다섯살바기 여자아이 간의 첫 상봉이었다. 곧 '엘린'이라는 스웨덴식 이름을 갖게 된 아이는 귀여운 스웨덴 소녀로 성장했다.

아이가 행여 "버려진 것에 대한 충격과 자기 경멸"(196쪽)에 빠지지 않을까 세심하게 배려한 새 부모의 덕이 가장 컸음은 물론이다.

한국인으로 스웨덴에서 정신과 전문의로 활동중인 현덕 김 스코글룬트(72)씨가 입양아와 양부모를 치료한 30여년의 경험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2006년 스웨덴에서 <갈망> 이란 제목으로 출판된 이 책은 자식을 갖고 싶은 마음에 해외 입양을 신청, 2~3년 기다린 끝에 한국을 비롯해 인도, 페루 등 이국 땅의 아이를 안아 기르게 된 18쌍의 스웨덴 부모가 털어놓는 애틋한 사연들이다. 어버이날(8일),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2006년 이후 시행해오고 있는 '입양의 날'(11일)을 즈음해 출간된 책이어서 그 의미가 새삼스럽다.

이 책은 결국 인간의 성숙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해외 입양아들이 문화적 충격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곳의 입양인들은 나쁜 기억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인간적으로 감싸 안는다. 특히 그들이 아이들의 얼토당토않은 요구까지 받아들이는 장면은 입양이란 문제의 핵심을 짚어준다. 외국인 아동의 복지 문제를 중시하는 스웨덴 사회 특유의 문화적ㆍ제도적 장치에 대해 서술하는 대목(58쪽)은 저자가 적시하듯 '조승희 총기 난사 사건'으로 드러난 미국 사회의 현실과 선명히 대비된다.

해외 입양은 문화를 넘어선 이해의 문제다. "가슴 아픈 사연이 있지 않고서야 어떻게 자식을 버리는 일이 일어나겠는가. 양부모로서 우리는 그 사정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45쪽) 전쟁이 한창인 레바논의 미혼모에게서 난 아이를 베이루트까지 가서 안고 온 남자의 이야기는 국제 입양 사업이 얼마나 독특한 일인지를 말해 준다. 그녀는 입양 덕택에 미혼모를 수치로 여겨 벌어질지도 모를 '집안 남자들에 의한 명예 살인'(153쪽)을 피한 것이다. 자신의 과거에 별의별 우여곡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훗날 알게 된 아이들은 마침내 "스웨덴은 나의 고향"이라며 자랑스럽게 말하게 됐다고 저자는 쓴다.

통계청에 의하면 한국전쟁 이후 해외 입양된 한국 아동의 수는 16만여명이다. 그 행렬은 음으로 양으로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입양아가 '가슴으로 낳은 자식'이라면, 한국인의 가슴은 그들을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협소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으면 연예인 등 몇몇 인기인이 매스컴에 나서서 벌이는 '계몽사업'일지도 모른다.

한국인들이 '입양을 하고 싶지 않은 이유'에 대한 조사 결과도 나왔다. 그 순서는 입양의 필요를 못 느껴서 – 경제적 부담 – 입양아에 대한 사회적 편견 – 입양 자녀의 근본을 알 수 없으므로 – 입양 자녀로부터 배신감을 느낄 수 있으므로 등이다. 이 책은 그 같은 '한국적 관행'의 문제점을 저 멀리 스웨덴에서의 실화의 힘으로 적시하고 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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