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어제 신영철 대법관에 대해 경고 또는 주의 조치할 것을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권고했다. 윤리위는 신 대법관이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판사들에게 촛불 시위자의 보석을 신중히 결정하라거나 재판 진행을 독촉한 것을 "재판 관여로 인식되거나 오해될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로 규정했다. 촛불재판 몰아주기 배당은 "부적절한 배당 권한의 행사로 볼 측면이 있으나 직무상 의무 위반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신 대법관의 징계위 회부는 피했다. 사법행정권의 범위와 한계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점 등이 그 이유다. 이로써 신 대법관은 촛불재판 개입 의혹을 불러일으킨 일련의 행위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받게 됐다. 이 대법원장이 윤리위 결정을 뒤집고 신 대법관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윤리위의 결정은 신 대법관의 행위가 재판의 독립을 훼손한 것이라는 주장과 정당한 사법행정권 행사라는 주장이 만나는 경계선 상에 있다. "재판 관여로 볼 소지가 있다"는 대법원 진상조사단의 판단과 비교하면 다소 후퇴한 인상마저 준다. 전국 법원 판사들의 의견수렴 결과와 거리가 먼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신 대법관에 대한 경고나 주의를 고리로 윤리위의 판단과 결정 자체를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신 대법관에 대한 징계와 사퇴가 파문의 본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윤리위의 권고나 지난달 전국 법관회의 결과대로 사법부가 진력해야 할 일은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를 차단하고 시정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재판의 독립을 위해 사법행정권의 행사 범위를 최소화하고, 법원 조직의 관료화 현상을 타파할 개혁안이 나와야 한다. 이번 파문을 사법부의 독립을 곧추 세워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사법부 독립을 향한 이용훈 대법원장의 의지가 중요하다. 그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사법부의 미래가 달려 있다. 신 대법관의 거취는 스스로 결정할 문제다. 다만 개인의 명예에 집착해 사법부의 신뢰 회복에 장애가 되는 우는 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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