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7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에 대해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것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본격 사정(司正) 국면에 돌입했음을 의미한다.
천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려온 최측근이면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는 형제처럼 지낸 인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박연차 리스트' 수사 초기부터 검찰의 주목을 받아왔고, 정치권과 언론에서 여러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다.
검찰은 먼저 천 회장 관련 의혹 가운데 '세무조사 대책회의'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천 회장은 지난해 7월 박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및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박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 무마를 위한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를 계기로 천 회장의 영향력이 세무조사 과정에 미쳤는지, 이와 관련해 금품이 오가지 않았는지 등이 규명될 필요가 있다.
박 회장이 천 회장에게 지난해 9월 세무조사 무마청탁 명목으로 10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천 회장은 "단돈 1달러도 받지 않았다"고 반박했지만, 검찰은 '무차별로 금품을 살포하는' 박 회장의 스타일상 천 회장 역시 일종의 '사례'를 받았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의혹을 밝히기 위해 박 회장과 천 회장 간의 자금거래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이 살펴보고 있는 천 회장 의혹 범위는 현재로선 여기까지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그 동안 "천 회장을 둘러싼 모든 의혹이 아니라 박 회장과 연관돼 있는 부분만 수사한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사건의 본류에서 벗어나는 수사는 하지 않겠다는, 다시 말해 정치권 등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선자금 의혹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단정하긴 이르다. '수사는 생물'이라는 검찰의 말처럼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당장 야당은 지난 대선 당시 천 회장의 이 대통령 특별당비 30억원 대납설과 대선 직전 306억원 어치 주식을 현금화한 사실 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미 특검법까지 발의한 상태다. 검찰이 오불관언할 수 없는 상황이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검찰도 아직은 선을 긋고 있지만, 이미 2007년 천 회장이 자신과 가족 명의의 회사 지분매각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를 입수해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수사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 검찰은 "수사상 필요에 의해 자료를 확보해 자금의 흐름을 보고 있는 수준"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자금흐름 추적을 통해 대선자금의 저수지를 발견할 경우 모른 채 덮어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물론 특별수사의 성격상 무한정 수사를 확대할 수 없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타깃을 분명히 하고 '가지치기'를 하지 않으면 수사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특수통 검사들의 경험담이다. 하지만 사안의 민감성과 정치권의 움직임 등을 종합하면 검찰의 '꼬리자르기'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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