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나빠질 때는 거의 모두가 그렇게 느낀다. 서민 중산층들은 말할 것도 없고, 부유층들도 어떤 형태로든 경기하강을 체감한다. 빌딩 몇 채를 갖고 있는 '진짜 부자'들조차도, 공실(空室)이 증가하고 임대수입이 줄어드는 탓에 결국은 불경기를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경기가 좋아질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부동산이나 주식을 대거 보유한 자산가들은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통해 경기 회복을 남들보다 먼저 감지한다. 반면 서민들은 경제지표가 완전히 상승국면에 진입한 뒤에도, 상당기간 불황의 늪에서 빠져 나오질 못한다. 양극화, 상대적 빈곤, 불균형 불평등 같은 골치 아프고 예민한 문제들이 부각되는 것도 주로 이 무렵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경제는 나빠질 때보다 좋아지기 시작할 때가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 경기가 바닥을 다지면서 부분적으로 반등신호가 엿보이는 바로 지금부터가 그런 때가 아닌가 싶다.
13일 발표될 고용지표(4월 고용동향)를 주목해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1,400선을 돌파한 증시, 1,200원대로 하락한 환율, 흑자행진을 이어가는 경상ㆍ무역흑자, 경기동행ㆍ선행지수의 동반상승 등 곳곳에서 경기온도의 상승 시그널이 발견되고 있지만, 적어도 고용에선 여전히 혹한기에 가까운 모습을 접할 공산이 크다.
어차피 취업자수(일자리) 증가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나마 일자리 감소폭이 조금이라도 줄었다면 실물경기 개선신호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만에 하나 더 커졌다면 최근의 금융시장안정이나 일부 실물지표 호전이 무색해보일 수도 있겠다. 월급쟁이들이 회사에서 줄줄이 잘리고, 동네 상인들은 문을 닫고, 실업자들이 갈수록 늘어가는 상황에서 어떻게 경기상승을 운운할 수 있겠는가. 만약 악화된 고용지표가 나온다면 최근의 경기호전논란도 당분간 잠재워질 공산이 크다.
주식ㆍ부동산가격 등은 부자들의 체감경기를 좌우하지만, 서민들의 피부경기는 확실히 고용지표와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현 경기의 두 얼굴, 즉 주가ㆍ부동산 호조와 고용악화는 계층간 체감경기 양극화를 더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금주 경제캘린더에서 주목해야 할 스케줄로는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있다. 2%에서 몇 달째 머물고 있는 기준금리는 이 달에도 동결가능성이 99.9%다.
이성철 경제부 차장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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