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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돌풍의 주역' 병영생활로 본 광주 상무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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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돌풍의 주역' 병영생활로 본 광주 상무의 비결

입력
2009.05.0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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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하고 근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지난 6일 햇볕이 유난히 따가웠지만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장병들의 씩씩한 숨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초록이 내려앉은 이곳은 엘리트 선수를 선발ㆍ육성ㆍ관리하는 '제2의 태릉선수촌'인 성남의 국군체육부대.

25개 종목 26개팀(여자축구팀 포함) 400여명의 선수가 뿜어내는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올시즌 K리그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광주상무 축구단(5승1무1패, 리그 2위)도 '불사조'의 기(氣)를 받아 훈련에 몰입하고 있다. '불사조 군단' 광주의 힘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그들의 병영생활을 살짝 엿봤다.

■ 체력보충은 VIP급 식당에서

올림픽 표어인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아래 '조국의 영광을 위하여'라고 쓰인 현수막이 식당에 걸려있다. 선수들에게 힘의 근원이 되는 체력보충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이곳의 식단은 남부럽지 않은 VIP급이다.

국군체육부대의 1인 1일 식사비는 일반 군부대에 비해 2배 이상으로 책정됐다. 일반병은 5,399원인데 반해 상무는 1만2,845원에 달한다. 1식7찬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항상 식판이 넘친다. 영양사 1명, 조리사 3명, 조리병 6명이 1일 4,500㎉(일반병 3,600㎉)의 푸짐한 음식을 준비한다.

매끼 고기 반찬은 기본이고, 목요일 저녁 특별식에서는 직접 불판에 구워 먹는 '삼겹살 파티'도 열린다. 광주 공격수 김명중은 "속이 항상 든든하기 때문에 어떤 체력훈련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게 된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 체력단련은 프로팀 부럽지 않은 '체육기지'에서

광주상무는 낮에는 천연잔디의 축구장과 보조구장에서, 저녁에는 조명시설이 갖춰진 인조잔디구장에서 훈련을 실시한다. 이처럼 쾌적한 환경에서 선수단은 오전과 오후로 나눠 체력, 기술, 전술 훈련을 병행한다.

부대 내에는 선수들의 손발이 되는 훈련처, 지원처 그리고 최첨단 시설로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돕는 과학연구실까지 갖춰져 있다.

선수들이 불편함 없이 훈련할 수 있도록 짜여진 이 같은 조직체계는 프로팀 못지않다. 개인별로 체력단련장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마음껏 할 수 있다. 물론 전담 트레이너가 특별 프로그램을 짜주는 등 체력단련을 돕는다.

또 선수들이 머무는 '불사조의 집'에는 건식사우나, 습식사우나실, 독서실, 인터넷방, TV룸, 세탁실(신발세척기, 건조기 포함) 등 일상 생활에 필요한 모든 편의시설이 마련됐다. 4인1실의 생활관에서 선수들은 휴식을 취한다.

■ 스트레스해소는 불사조카페와 피닉스클럽에서

시원한 맥주한잔을 마실 수 있는 것도 상무만의 '특권'이다. 물론 감독의 동의 하에 가능하다. 단 1인 최대 주량은 맥주 500㏄. 고된 훈련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곳이 맥주와 통닭을 먹을 수 있는 불사조카페와 피닉스클럽이다.

홈시어터 TV시설과 스낵바, 푹신한 테이블 등이 있는 불사조카페는 선수들이 하루 일과 중 꼭 들리는 '명소'다. 통닭(7,000원), 모듬소세지(5,000원), 떡갈비(4,000원), 포테이토(3,000원), 맥주(500㏄ 1,500원) 등 메뉴가 다양하다.

상무 선수들은 일반병과 마찬가지로 8~10만원의 월급을 받는 데다 성적이 우수할 때 격려금도 받아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충분한 용돈도 챙긴다. 선수들은 당구대(6개)와 노래방(2실)이 구비된 피닉스클럽에서 함께 여가생활을 즐기며 동료들과 돈독한 관계를 이어간다.

'리틀 마라도나' 최성국은 "좋아하는 통닭을 먹기 위해 불사조카페를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2주에 한 번씩 1박2일 외박에다 성적에 따라 포상휴가까지 받을 수 있어 훈련성과에 따른 충분한 '당근'도 챙길 수 있다.

■ '선수'되는 비결은 절제생활과 자신감

'군대 갔다 오면 사람 돼 나온다'라는 옛말이 있다. K리그에서는 '상무를 다녀 오면 '선수'가 돼 나온다'는 게 통용되고 있다. 한국축구의 대표적인 스타 이동국(전북), 조재진(감바), 조원희(위건) 등이 모두 상무제대 후 이른바 '선수'가 된 케이스다.

이강조 광주 감독은 '절제된 생활을 통한 심신 수양'과 '꾸준한 경기감각 유지로 갖게 된 자신감'을 '재활과 부활의 힘'으로 꼽았다.

광주 선수들은 오전 6시에 기상해 오후 10시에 취침하는 규칙적인 생활이 몸에 배여 있다. 8경기(컵대회 포함) 5골2도움으로 광주의 공격을 이끌고 있는 김명중은 "입대 후 체중이 5㎏이 느는 등 체격 조건이 좋아져 힘이 붙은 것 같다"며 최근 왕성한 공격력의 원동력을 설명했다.

최성국 역시 "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좋기 때문에 항상 몸이 만들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상무다운 선수의 '전형'으로 조원희를 꼽았다. 그는 "성실함이 배어있는 조원희는 상무에서 꾸준한 출전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찾았다. 체력적으로 좋아진 데다 마음에 여유까지 생기니 기량이 향상 되고 꾸준한 경기력을 펼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남=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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