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는 더 이상 한국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해외 기업들의 상장노크가 잇따르고 있다. 그만큼 한국증시가 국제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란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7년 중국기업 3노드디지털을 시작으로 현재 우리 증시에 상장한 외국기업은 모두 6곳. 중국기업 5곳으로 가장 많고 일본기업도 1곳이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선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 기업들도 한국증시 상장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유는 뭘까. 시장 관계자들은 한국증시 진입이 '값싸고 질 좋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상장비용이 적게 든다. 기업이 상장할 때 드는 수수료가 국내 증시는 일본 도쿄나 영국 런던 등 주요 선진국 거래소에 비해 최저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저렴한 비용에 비해 시장의 질은 우수하다. 조정석 한국거래소 상장유치팀장은 "주요 선진국 시장에 상장하더라도 거래가 활발히 진행되어야 의미가 있는 것인데 현재 국내증시는 그 어떤 시장보다 유동성이나 거래규모가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고 정보접근성도 빠르다"고 말했다. FTSE선진국 지수편입은 이미 확정됐고, MSCI선진국 지수그룹에까지 들어갈 경우 외국기업들의 상장 매력은 더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는 점도 흡인 요인이다. 조 팀장은 "해외시장에 상장한 국내 기업은 40여 곳인데 비해 외국기업이 국내로 들어오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시장의 불안정성 때문"이라며 "하지만 최근 국내증시에 대한 신뢰도와 인지도가 높아짐에 따라 외국기업의 태도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오는 12일 미국 뉴욕을 시작으로 올해 3~4차례에 걸쳐 국내 증시 상장설명회를 해외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증시에 상장했거나 상장준비중인 업체에는 '친(親)한국 기업'이 많다. 지난달 24일 일본기업으론 처음으로 우리 증시에 상장한 네프로IT의 카나이 다케시 회장은 재일동포 3세. 그는 "한일 비즈니스 확대로 수익성을 높이고 한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힐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현재 유럽계 기업으론 최초로 우리 증시상장을 준비중인 영국의 엠비즈글로벌도 최대주주가 한국인이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판매 단말기 솔루션을 공급해오는 등 사업연관성이 높아 한국 증시상장을 통해 사업기반을 더욱 넓혀간다는 구상이다.
국내 증권업계는 외국기업의 국내상장에 대해 '언제라도 환영'이란 입장이다. 기관과 증권사는 새 수입원이 창출될 수 있고, 투자자입장에서도 투자대상이 많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성주완 대우증권 주식인수부 팀장은 "해외 기업들이 많이 들어올수록 증권사들로선 기업공개(IPO) 비즈니스의 저변이 넓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상장한 외국기업이 늘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최근 중국계 상장기업인 연합과기의 경우 외부감사와 관련된 문제로 거래정지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국내절차나 제도 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채 상장할 경우, 기업도 투자자도 피해를 보기 십상이란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상장수수료 수입을 위해 무분별하게 기업유치에 나서는 경향도 있다"면서 "외국기업 상장시 철저한 기업조사 및 관리대책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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