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교통상부를 보면 걱정이 된다. 한 번이라면 실수라고 이해해줄 수 있다. 그런데 서너 번 실수가 반복되다 보니 신뢰 자체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지난해 12월 주중대사관 영사부 체류 탈북자가 과거 탈북자 정보가 담긴 컴퓨터 저장 장치를 챙겨 달아난 사건만해도 그렇다. 다행히 20여일 만에 이 디스크를 되찾았다. 그러나 탈북자들의 행방은 묘연하다. 정보 유출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외교부는 "그런 일 없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5개월 가까이 실수를 숨겨뒀던 것도 문제지만 이후 부실한 설명도 아쉬움을 남겼다.
이상 징후는 이것만이 아니다. 외교부는 지난달 22일 개성공단 억류 유모씨 문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주도 채 안돼 인권이사회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유씨 가족이 반대하는 것도 한 이유지만, 유엔 절차를 밟으려면 몇 달이 걸려 별 실효가 없는데다 북한의 격한 반발을 초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교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밖에도 유명환 장관의 민주당 천정배 의원 비난 파문,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혼선도 외교부로서는 아픈 사건들이다.
물론 외교부가 외교 그 자체를 잘못한 것은 아니다. 한미동맹 복원이라든지 G20 금융정상회의에서의 주도력 발휘 등 한 일도 많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이명박 정부 1년의 최대 성과로 '외교'가 꼽힐 정도였다. 하지만 실수가 잦아진다면, 또 남북관계 현안마저 국제무대로만 끌고 가려는 '권외자'의 입장만 취한다면, 1년 후 평가는 냉정해질 수 있다. 한 간부는 "4월은 너무 잔인했다"고 했다. 그러나 운이 없었다는 식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나사를 다시 죄고 정신을 가다듬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정상원 정치부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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