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터널의 끝이 보인다." "금융부문의 일시적 회복이다. 실물경제 위기가 또 다른 충격을 부를 것이다."
지금 미국에서도 경기전망을 놓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올 초만해도 종말론적 진단만 존재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이다.
밴 버냉키 미 연방준비위원회(FRB) 의장이 5일 "경제가 회복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최근 들어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이 전환점이 됐다. 버나드 호크만 세계은행 국제무역 국장도 6일 "국제금융 위기로 촉발된 국제무역 감소가 바닥에 도달한 것 같다"며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급기야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6일 "미국이 5월을 최저점으로 침체 양상에서 벗어날 것이며, 'V'형의 빠른 회복 곡선을 보여줄 것"이라고 '화끈한' 낙관론을 폈다.
그 근거로 지난달 미국 주간 신규 실업보험급여 청구건수 평균이 63만5,000건으로 3월 65만8,000건에서 크게 줄었으며, 주택판매 건수도 소폭이나마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점을 들었다.
또 디플레이션의 전주곡으로 여겨지던 소비자물가 하락도 올해 1분기 2.2% 상승세로 돌아섰다. 때마침 로이터통신은 미국 민간부문 감원이 4월 49만1,000명으로 3월 70만8,000명에서 크게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7일(현지시간) 발표될 미국 은행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가 "자본 확충이 필요하지만 추가 공적자금 투입은 필요 없을 것"으로 결론날 것으로 알려지면서 위기의 진원지인 금융시장도 고비를 넘겼다는 낙관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하지만 낙관론은 사태의 한쪽 측면만 바라보는 성급한 판단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우선 낙관론이 내세우는 각종 지표들은 하락세가 멈추었거나 완화됐다는 걸 보여줄 뿐 본격적인 회복조짐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실물경제는 여전히 마비상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미 정부의 무제한 유동성 공급이 ▲증시 상승 ▲리보금리 하락 ▲우량 대기업의 회사채 발행 증가 등 금융부문의 긍정적 신호를 낳았지만, 제조업 등 실물경제에는 여전히 돈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은행들이 공동으로 대형 프로젝트에 돈을 대여하는 신디케이트론은 4월 들어 오히려 크게 하락했으며, 자산유동화 채권 역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주로 중소기업 등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을 대상으로 한 하이일드채권 시장 역시 마비상태다. 이는 극소수 대기업을 제외한 비금융기업들이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음을 의미한다.
FT는 "금융권에는 돈이 넘쳐 나지만 실물경제가 돈 가뭄을 겪는 단절현상을 주목해야 한다"며 "올해 말까지 많은 기업들이 자금난으로 문을 닫고 이것이 다시 은행 대출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스 로렌첸 시티그룹 신용평가 전문가는 "낙관론은 현 상황이 대공황에 버금가는 엄청난 경제위기 속에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라며 "최근 몇몇 지표 호전은 디플레이션에서 경기침체(리플레이션)로의 전환을 의미할 뿐 경기회복과는 거리가 멀다"고 FT에 말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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