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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꽃님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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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꽃님의 마음

입력
2009.05.07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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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 개와 말과 새들의 마음을 알고 싶을 때가 있다. 개를 키우는 나는 가끔 개의 눈을 보면서 "해피야. 넌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라고 묻기도 한다.

온갖 꽃들과 신록이 눈부시게 피어나는 숲에 가면 우리도 행복해지고, 병들어 신음하는 나무들이 많으면 우리 마음도 어두워진다. 꽃과 나무를 정성 들여 키우는 사람들은 꽃과 나무가 즐거워 하는지, 힘들어 하는지 느낄 수 있다.

개와 말과 고양이의 깊은 상처

내가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중의 하나는 SBS의 '동물농장'이다. 늘 웃으며 보는 프로지만 울게 되는 날도 있다. 사람과 동물 사이의 깊은 교감과 사랑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특히 지난 4월과 5월 하이디 라이트라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문제 동물' 들의 마음을 풀어주는 것을 보면서 많은 시청자들이 울었을 것이다.

하이디는 동물의 마음을 읽고 대화하는 능력을 가졌다. 미국 여성인 그는 경찰로 일하던 시절에 야생동물 보호를 하면서 그런 능력을 키웠다고 한다. 나는 그가 개 고양이 말 등의 맺힌 마음을 풀어주는 과정을 보면서 누구나 정성을 기울이면 동물과 교감할 수 있고, 동물이 입은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꽃님이는 15살쯤 된 시추 종 개다. 그는 백내장 심부전증 등을 앓고 있고 수술도 했다. 꽃님이의 옛 주인은 이사가면서 그를 버렸고, 1년 8개월 전 한 동물병원에서 주워다가 돌보고 있다. 꽃님이는 극도의 무력감과 우울증에 빠져 있다. 하루 종일 벽만 바라보며 누운 채 어느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몸에 손도 못 대게 한다. 병원의 언니들은 이렇게 마음을 열지 않는 개는 처음 봤다며 안타까워 했다.

하이디는 기도하듯 "꽃님이, 꽃님이"를 부르며 그의 마음이 풀리기를 기다렸다. "꽃님이는 이제 너무 늙고 아파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대요. 그러니 자기에게 잘 해주려고 애쓰지 말래요. 옛 가족들이 자기를 버리고 떠났을 때 죽고 싶었지만 원망하지는 않는대요. 그저 이대로 죽고 싶대요." 하이디가 꽃님이의 마음을 전해주는 동안 병원의 언니들은 계속 울었다. 하이디의 얼굴에도 눈물이 흘렀다.

그 때 꽃님이가 조심스럽게 일어났고, 비틀거리면서 하이디에게 다가와 냄새를 맡더니 손을 살살 핥았다. 놀라운 변화였다. 1년 8개월 동안 어떤 손길도 거부한 채 벽만 보며 누워 있던 그가 처음 보는 사람의 손을 핥다니!

버려졌던 고양이 미오는 누나의 품에 안겨 한 가정에 입양되었는데, 누나 이외의 모든 가족에게 적대감을 보였고 특히 어머니에겐 사납기 짝이 없었다. "미오는 모든 가족이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쫓겨날까 봐 늘 불안하대요"라고 하이디가 미오의 마음을 전하자 누나와 어머니는 "아니야. 너를 미워하지 않으니 안심해"라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얼마 후 커튼 뒤에 숨어 으르렁거리던 미오가 몸을 낮춘 채 조심조심 걸어 나오더니 하이디와 가족들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우리도 하이디가 될 수 있을까

주인도 모르는 사이에 임신을 했다가 새끼를 사산한 후 사람을 등에 태우지 않으려고 날뛰는 말 마미는 왜 그렇게 사나워졌을까. "마미는 사산하던 날 밤 혼자 무서워하며 왜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대요. 그리고 자기가 사람들을 태우고 달렸기 때문에 새끼가 죽었다고 생각해서 경주를 거부하는 거래요. 주인에겐 미안하지만 경주를 하고 싶지 않대요." 마미도 주인과 하이디의 눈물 속에서 마음을 열었다.

두 달쯤 지난 후 '동물 농장' 팀이 다시 찾아갔을 때 꽃님이는 예쁜 옷을 입고 언니와 함께 꽃 길을 산책하고 있었다. 미오는 어머니가 주는 밥을 얌전하게 먹고 있었고, 마미는 주인을 등에 태운 채 달리고 있었다.

우리는 하이디가 될 수 없을까. 하이디는 "사랑과 자비심이 교감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모든 생명과 가족의 달인 5월, 하이디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장명수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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