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원내대표'합의추대 카드로 떠올랐던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7일 박근혜 전 대표가 이 안에 반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할 말이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전날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대표의 회동 이후 김 의원 측에서 "제안이 오면 거부하기 부담스럽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은근한 기대가 감지되던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친박계 좌장'으로 통하는 김 의원으로서는 계파 수장의 명백한 반대를 무릅쓰고 독자 행동을 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김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진의를 들어봐야 한다"며 방미 중인 박 전 대표의 의중을 직접 확인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으나 대세는 이미 기운듯하다. "처음부터 (원내대표)한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는 김 의원의 말에서도 '친박 원내대표'카드를 되살리기 어려워진 상황이 읽힌다.
여권 내에서는 김 의원이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개인적인 자리 등에서 원내대표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여 왔다는 것이 정설로 돼 있다. 물론 김 의원이 '모든 것'을 감수한다면 의원들의 투표로 뽑게 돼 있는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를 감행한 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마지막 '고공 타결'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지지 없이 당선도 불투명한데 김 의원이 이런 위험한 선택을 할 것으로 보는 친박계 인사는 별로 없다.
김 의원이 더 이상의 언급을 피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내막을 알 수 없으나 이번 일을 계기로 박 전 대표와 김 의원 사이의 '교감'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얘기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일부에서는 친박계 내에 김 의원 등 구주류를 제친 신주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하고 있다.
김 의원이 왜 원내대표에 강한 미련을 보였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17대 국회 때 두 차례나 원내대표 경쟁에서 탈락한 응어리가 작용했다는 관측도 있고 한나라당 서열 2위인 원내대표로서 당내 정치를 해보려는 의욕이 앞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고태성 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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