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공공기관의 노동조합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인사나 경영권에 깊숙이 관여하는가 하면, 사측과의 단체협약을 통해 과도하다 싶은 각종 복리후생을 챙겼다. 정당한 권리를 넘어서는 것이 적지 않았다. 공공기관이 '신의 직장'일 수 있었던 건, 이런 막강한 노조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시시스템 알리오에 공개된 공공기관 단체협약에 따르면 상당수 공공기관 노조들이 사측을 상대로 유리한 단체협약을 맺어 각종 수당과 휴가를 보전하는 것은 물론 인사 및 경영권에도 깊숙이 관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노조 전임자에 대한 과도한 특혜와 권한. 한국도로공사는 '노조 전임자의 근무성적평정 점수는 동일 직종과 직급 승진자 상위 4분의 1의 평균 점수를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평균 이상'으로 평정을 하도록 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의 노조 전임자와 비교하면 상당한 특혜다. 가스공사는 '노조 전임자 쟁의 행위에 대해 민ㆍ형사상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고, 한국공항공사나 도로공사는 반조합적인 비조합원에 대해 노조가 요구할 경우 징계에 회부할 수 있도록 했다.
대부분 공공기관 조합원의 국내외 연수 기회도 통념을 벗어나는 수준이다. 토지공사 조합원들에게 주어지는 해외연수는 무려 4종류.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해외 단기연수나 장기 근속자를 위한 해외 공로연수는 그렇다 쳐도, 해외배낭연수나 노사협력연수를 의무화한 것은 상당히 과도하다는 평가다.
특히 한국소비자원은 직원들이 근무 시간 중에 주 8시간 한도 내에서 대학이나 대학원을 다닐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고 있고, 농어촌공사나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등은 방송통신대 수업 참석기간을 특별 휴가로 처리해준다. 심지어 도로공사는 직원 자녀들을 위한 어학캠프까지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인사나 채용에서도 노조의 입김은 막강했다. 한국공항공사는 구조조정이나 조직개편 시 노사협의가 아닌 노사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고, 철도시설공단은 노조의 정원 확대 요구에 정당한 이유없이 거절할 수 없도록 했다.
또 한국전력, 한국예탁결제원,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상당수 기관들은 조합원이 순직하거나 공상 등으로 일을 하지 못할 경우 퇴직과 동시에 배우자나 직계 자녀 1인을 특별채용하는 조항을 뒀다. 심지어 토지공사는 무주택 조합원이 주택조합을 결정하는 경우 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토지를 우선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까지 단체협약에 두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에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고 노조측은 이를 용인해주는 대가를 요구하면서 기관장과 노조가 담합을 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며 "공공기관 개혁은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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