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던 당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만나 "통방(通房)이나 하며 지내자"는 말을 건넸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검찰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밤 대검청사 11층 특별조사실에서 박 회장과 '어색한 조우'를 했다. 노 전 대통령의 거부로 대질조사는 무산됐지만, 인사 차원에서 1분여 동안 대면이라도 한 것이다.
이 때 노 전 대통령은 박 회장에게 "자유로워지면 만나자"고 덕담을 건넨 뒤 "(내가 구치소에) 들어가게 되면 통방이나 하면서 지냅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통방'이란 교도소나 유치장에서 이웃 감방의 수감자끼리 암호로 의사를 나누는 것을 뜻한다. '악연'으로 끝나긴 했지만, 오랜 후원자에게 건네는 마지막 인사였던 셈이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의 이 발언은 자신의 '구속'을 예감한 것이라기보다, 박 회장을 위로하는 '인사 차원'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노 전 대통령 조사에 변호인으로 참여한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농담처럼 한 말"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모든 의혹들에 대해 "도덕적 비난과는 별개로 법적으로는 무죄"라는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최근 불거진 '명품시계 의혹'에 대해서도 "몰랐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2006년 노 전 대통령의 회갑 당시 박 회장한테서 내외가 받은 1억원 상당의 명품시계에 대해 묻자,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언론보도로 의혹이 제기돼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의 주장이 맞다면 권 여사가 받아 노 전 대통령에게는 얘기하지 않았을 수 있다. 문 전 비서실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 관련 사항까지만 답하겠으며, 그 이상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혀 이 같은 추론을 부인하지 않았다. 100만달러 뿐만 아니라 명품시계 의혹도 권 여사가 책임을 떠안게 되는 모양새다.
검찰은 명품시계 역시 100만달러나 500만달러와 마찬가지로 '포괄적 뇌물'로 보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측의 '모르쇠 전략'에 검찰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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