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부터 가동된 한국 정부의 신종 인플루엔자 비상방역체계는 신종플루를 얼마나 잘 차단, 관리하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첫 환자 발생 이후 조치 등 전반적인 방역체계에 대해 '합격점'을 줬다. 그러나 예방적 방역 소홀과 부실한 신고 시스템 등은 문제였다고 지적하고, '방역 선진국'을 자부할 수 있으려면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첫 의심환자였던 51세 여성이 지난달 27일 관할 보건소에 발열, 기침 등 증상을 호소한 직후 조치는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방역 당국은 28일 이 여성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자 같은 시설에 거주하는 40명을 격리하고, 예방을 위해 타미플루를 투여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했다. 확진환자 격리 해제조치도 적절했다는 평가다. 의료진은 추가 감염을 우려, 2명의 모두 증상이 호전된 뒤에도 혈액, 소변 등을 검사해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지를 면밀하게 평가해 퇴원시켰다.
이영순 서울대 수의대 교수(인수공통질병연구소 소장)는 "환자 발생 직후 초기대응은 신속했고, 확진환자 발표는 신중하게 해 국민의 불안감을 가중시키지 않았다"면서 "이 정도면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뒤늦게 기내 검역을 실시하는 등 예방적 방역이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공항 입국시 발열 감시장비만으로 감염자를 찾아낸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여서 초기부터 멕시코, 미국 등 위험지역에서 들어온 항공기만이라도 기내 검역을 실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진원 중앙대 감염내과 교수는 "최초 확진환자가 타고 온 KE018편에 대해 검역을 했더라면 2차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뒤늦게 (같은 항공편 입국자 중) 14명의 행적을 알 수 없다며 호들갑을 떨 필요도 없었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공항 발열감시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자 지난 2일에야 기내 검역을 시작했다.
확산 방지를 위한 신고 시스템도 강화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모든 의료기관에서 감염 의심환자를 실시간 방역 당국에 알려야 하지만,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의료진은 "2002년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했을 때는 증상, 자진신고 요령 등을 안내하는 포스터가 병원 곳곳에 붙었는데 이번에는 보이지 않는다"며 "대학병원이 이러니 지역 소규모 의료기관에서는 의심환자를 그냥 돌려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플루 증상이 보통 감기 정도로 알려지고 있지만 만성병 환자, 고령자, 유아 등에게는 패혈증을 비롯한 치명적 증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신종플루 정보를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외국 기관에만 의존한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한동운 한양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한국이 방역에서는 모범국가라고 하지만 이번에 보면 몇몇 기관에 끌려가는 수준이었다"면서 "환자발생 현황, 증상과 치료 등 정보를 얻고, 공동 방역대책을 논의하는 등 국제기구들과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효과적인 방재시스템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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