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때 코스피지수가 1,400을 돌파하는 등 자산시장에 봄바람이 완연하다. 주가만 보면 7개월 전 글로벌 경제위기를 촉발했던 리먼 브러더스 파산사태 이전을 회복했고 전국 집값도 7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한다. 경기부양을 위해 풀린 돈을 포함한 800조원대의 시중 부동자금이 그 힘이라고는 하나 반전의 불씨가 엿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물지표 쪽은 '실업자 100만명 시대와 국민소득 1만4,000달러대 추락'이라는 우울한 소식이 이어지고 있어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일관된 정책당국의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상황은 가장 적극적인 표현도 '아주 조심스러운 낙관'을 넘지 못한다.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율도 마이너스 추세가 계속돼 조마조마하다는 뜻일 게다. 더구나 실업급여 지급액과 고용유지지원금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고용시장의 한파가 더욱 거세지고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이라는 메가톤급 태풍도 임박한 상황이다.
대외 환경도 긍정ㆍ부정 요인이 혼재돼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구매관리지수로 표현되는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동향이 뚜렷이 호전되고 미국 금융기관들도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 완화로 건전성을 회복해가는 추세이지만 소비 투자 고용 등의 실물경제의 바닥이 언제일지는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벤 버냉키 미 FRB의장도 엊그제 상원 경제위원회에서 "올해 말 미국 경제가 더디게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금융시스템에 또 다른 충격이 발생하면 시작단계의 회복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토를 달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얼마 전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조금만 버티면 구조조정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과 기업의 눈치작전이나 적당주의를 질책하며 정책당국을 유혹하는 '착시현상'에 쐐기를 박은 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올해 1만5,000달러 아래로 떨어지고 5년 안에는 2만달러를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를 포함한 모든 경제주체가 헛바람에 현혹되지 말라는 경고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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