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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우울증 환자 위협하는 '자살 신드롬' 선정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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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우울증 환자 위협하는 '자살 신드롬' 선정 보도

입력
2009.05.06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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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다. 혼자서는 못하다가 남이 하니 좇아가는 일이 다반사다. 썰렁하던 분위기가 한 사람의 바람몰이로 흥분의 도가니로 변하는 일도 흔히 경험한다. 그만큼 우리 기분은 다른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우리가 스스로'냄비근성'이라고 말할 정도다.

인터넷을 통해 나라 전체가 거대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현실에서 부정적 사건의 주도에 따른 분위기 휩쓸림은 가려진 사회 문제가 가시화되는 토양을 마련한다. 대표적 예가 동반자살이다. 근래 많이 보도되는 동반자살은 인터넷을 통한 정보과잉의 그림자이자, 분위기 휩쓸림의 부정적 일면이다.

사람은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많은 충동을 갖고 산다. 여기에는 도저히 윤리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충동도 있다. 성적 충동과 공격 충동이 대표적 예다. 다행히 우리 인간은 이런 충동을 적절히 억제할 능력을 갖고 있어, 충동은 있으되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 때로 충동을 행동으로 옮겨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지만 우리 사회는 이를 법으로 억제한다.

자살충동도 인간 충동의 하나로, 누구나 이 불씨가 있지만 아무나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 고난으로 죽고 싶은 충동이 생기지만 죽음이 더 무섭고, 영생 추구가 인간에게는 더욱 본능적이다.

문제는 자살이 다른 사람을 전염시킨다는 것이다. 자살하는 사람을 법으로 제재할 수 없다. 여러 수단을 동원해 자살충동을 가진 사람이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막으려 하지만 우리나라 자살률은 계속 늘고 있다.

대부분의 자살자는 우울증을 앓는다. 우울증에 걸리면 자살충동이 커지고 이런 마음이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진료실에서 우울증 환자에게 죽고 싶은 마음에 대해 물어보면 정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이 있다고 답한다.

그렇지만 우울증 환자라도 자살충동을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는 드물다. 그들 대부분은 병이 있어도 자신의 생명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을 잘 유지하고, 그래서 그 충동을 적절히 억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충동억제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반드시 적절히 치료해야 한다. 다행히 우울증은 치료가 잘 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가 매년 급증하고 있다. 어떤 병의 환자수가 증가하는 것은 병원을 찾지 않다가 사회 분위기 변화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 나타난 결과일 수 있다.

최근 우울증 환자 수가 증가한 원인으로는 이런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즉, 인터넷을 통한 정보 보편화로 우울증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병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런 휩쓸림은 사회에 순기능을 하는 긍정적 휩쓸림이다.

그러나 정보 홍수는 자살 증가라는 부정적 휩쓸림도 낳는다. 우울증 환자의 적절한 충동억제력은 유명인의 자살로 인해 쉽게 무너진다. 얼마 전 유명 여배우가 목매 자살하자 응급실에는 같은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환자가 부쩍 늘었다.

연이은 자살을 언론에서 대서특필하는 것은 자살충동이 강해진 사람에게 '남들도 다 쉽게 하는데 내가 한다고 별일인가?'라는 식의 생각을 심어준다. 언론에서는 자살을 이슈화해 자살에 경종을 울린다고 하지만, 오히려 자살을 부추길 수 있는 심각한 역작용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자성해야 한다.

그리 유명하지 않던 여배우조차 자살 후 흥미 위주 보도 대상이 돼 갑자기 유명해져 자살을 부추기고 있다. 이제 친구 따라 황천 가지 못하게 하려면 부정적 분위기 휩쓸림의 원천인 자살에 대한 정보 홍수를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

김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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