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는 냈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좌불안석이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로 인해 주수입원인 이자마진이 곤두박질치면서, 은행들이 '역(逆)마진' 공포에 떨고 있다.
1분기 어닝시즌을 맞아 은행들이 내놓은 실적을 보면, 지난 분기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 소폭의 흑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기대치에는 한참 미달했다. 무엇보다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순익분기점에도 못 미치는 1%대에 진입한 것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은행들의 순이자마진은 지난해보다 2.31%보다 0.4%포인트 급락한 1.91%를 기록했다. 은행들이 1,000원의 자산을 운용해 대출 이자수익과 유가증권 배당을 합쳐 약 19원의 이익을 남기는데 그쳤다는 얘기다. 이는 1999년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악의 수치다.
■ CD추락에 급감하는 이자수익
은행별로 하나은행의 순이자마진이 지난해 1분기 2.27%에서 올해 1분기에 1.60%로 급락했고, 신한은행(카드부문 제외)도 2.18%에서 1.8% 내외로 추락했다. 국민은행도 카드부문을 제외하고 올 1분기 순이자마진이 2.0%에 그쳤다.
순이자마진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은 한국은행의 공격적인 금리인하정책, 그리고 대출 이자와 연동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급락 탓이다. 실제 지난해 9월 5.25%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2.0%까지 떨어졌고, 이에 따라 CD금리는 6.18%에서 2.41%로 추락했다. 은행 대출금의 절반 이상이 CD와 연동돼 있는 만큼 이익이 눈에 띄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지난해 4분기 금융위기 와중에서 은행들은 6%대 고금리 예금으로 시중 자금을 끌어 모으고 7% 후반대에서 후순위채권을 발행한 반면, CD와 연동되는 대출금리는 4%(기존 대출자 기준)대로 급락한 상태다.
가장 비싸게 자금을 조달해서 싸게 운용하다 보니 결국 대출을 해줄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의 은행의 경우 고정비와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최소 NIM이 최소 2.0%이상이 돼야 순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며 "현재 흑자기조는 비이자 수익에 기인한 것으로 비정상적인 상황이다"고 말했다.
■ 역마진 공포 내년까지 계속된다.
국내 은행들의 역마진 우려는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단 은행들이 올 초부터 예금금리를 대폭 낮춘 대신 신규대출자에는 높은 가산금리로 대출을 해주고 있어 이자 수익 감소폭은 어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전히 '역마진의 공포'를 떨쳐 버릴 만큼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가계대출의 경우 신규대출은 미미한 반면 CD로 연동해 빌려준 돈이 대출금의 70%를 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하지만 본격화될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대손충당금 부담과 연체율 상승이 가져올 수익성 악화는 은행들에게는 커다란 난관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기업여신의 부실채권 비율이 지난해 말 1.41%에서 올해 3월 말 1.82%로 상승했고, 특히 중소기업의 부실채권 비율이 같은 기간 1.93%에서 2.46%로 뛰었다. 상대적으로 견실했던 가계부문의 부실채권 비율도 지난해 말 0.42%에서 3월 말에는 0.51%로 크게 상승해 비상이 걸렸다.
시중은 대기업여신담당 임원은 "은행 수익은 경기에 후행하는 성격이 강하다"며 "올 연말부터 경기가 살아나더라도 은행들의 수익성은 당분간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순이자마진(NIM:Net Interest Margin)
금융회사가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해 수익을 잘 냈는지 알려주는 지표. 자산운용수익(예금ㆍ대출금리 차에 따른 수익과 유가증권의 이자수익 등)에서 제반 비용을 뺀 뒤 전체 운용자산으로 나누어 산출한다. NIM이 높을수록 은행의 수익창출력이 높다는 의미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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