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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환희라는 이름의 별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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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환희라는 이름의 별자리

입력
2009.05.06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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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라는 이름의 별자리 - 권혁웅

문 열고 들어온 바람에

담배를 피우던 할머니는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먼 데서 타오르는 환희 성좌란

백 원에 스무 개씩 하던 사등성들의 묶음,

떨어진 재를 달무리처럼 두른 채

희미하게 빛나곤 했지

검버섯이 보이는 피부야말로

얼굴이 흉내 내는 저녁 하늘이어서

이마의 백발은 지우개가 지나간 흔적이고

미간의 주름은 6B연필로나 따라잡을 수 있지

그 선을 따라가면

도장밥 묻은 얼굴을 만질 것도 같고

천식처럼 피어나는 손끝에 닿을 것도 같은데

문 열고 들어온 바람에

할머니는 연기가 되어 날려 갔다

이십팔수(二十八宿) 한구석에 자리한

조수(趙宿)와 무수(戊宿)와 길수(吉宿),

그리고 주변에 둘러선 방년 열일곱의 별들

거기가 환희라는 이름의 별자리다

● '장기하와 얼굴들'의 구질구질하고 촌스럽고 웃긴 '싸구려 커피'라는 노래는 올해 가요계의 사건으로 기록될 게다. ♬싸구려 커피를 마시자~

시인 권씨는 '싸구려 담배'를 읊조린다. 환희라는 이름의 담배가 환희라는 이름의 별자리가 될 때까지 그의 노래는 그리운 살붙이를 감돌며 흐른다. 담배를 피우던 할머니는 담배연기처럼 사라졌는데… 내 그리움의 주변을 깜박이는 것은 할머니의 손끝에서 피어나던 환희라는 이름의 별자리가 아닌가. 쪼그려 앉아 담배 태울 때마다 할머니는 무슨 생각에 빠져서 열일곱 처녀애처럼 환해지셨던 걸까. '싸구려 담배'는 내 마음에서 깜박이고 밤하늘에서 반짝인다.

김행숙(시인ㆍ강남대 국문과 교수)

■ 권혁웅 1967년 생. 1997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황금나무 아래서> <마징가 계보학> 등. 현대시동인상(2000), 시인협회 젊은시인상(2006)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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