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의 등장과 계속되는 방송시장 불황으로 인해 그동안 잠재돼 있던 각 방송 플랫폼 간의 갈등이 일제히 표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IPTV 상용 서비스에 앞서 합의가 이뤄진 지상파 방송사들과 IPTV 사업자들 간의 지상파 방송 재전송 논란이 다시 점화되는가 하면, 케이블TV와 위성TV는 화질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방송가 주변에선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장이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IPTV를 밀어붙인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지상파 - IPTV 재전송 갈등
KBS, MBC, SBS는 지난해말 KT와 실시간 IPTV방송 서비스에 앞서 재전송 합의를 마쳤다. MBC는 정해진 재전송료를 IPTV사업자가 분기별로 내는 것으로, 나머지 방송사는 일단 '선 전송 후 정산'하는 것으로 논의를 마감했다.
몇년 동안 케이블TV측과 지상파 방송사들이 같은 문제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한 데 비하면 전격적이라 할 정도의 합의였기에 방송계의 이목이 쏠린 이슈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IPTV 사업자들이 고비용의 콘텐츠 조달, 가입자 유치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상파 재전송료를 놓고 다시 협상을 하자는 분위기를 조성, 논란이 일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갈등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IPTV 정책 토론회'에서 IPTV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학계의 의견이 대두하면서 가시화됐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원식 중앙대 교수는 "지상파 방송채널의 과도한 유료화가 IPTV 제도의 문제"라며 "이대로라면 투자비용을 고려할 때 사업자 생존이 불가능한 환경이 된다"고 주장했다.
IPTV사업자들은 이에 동조하고 나섰고, 지상파 방송사들은 "재전송료 때문에 IPTV가 어렵다는 것은 잘못"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KT 관계자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이후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 협상에 들어가자는 것"이라며 "재전송료를 내지 않고 무임승차를 하자는 게 아니며 전체 매출에 가까운 비용이 콘텐츠 구매에 나가는 등 IPTV가 구조상 적자를 내는 사업이기에 현실적인 요금 합의가 다시 필요하다는 견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측은 "다시 논의하자는 정식 제의도 받지 못했는데 사업자들이 밖에서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며 불쾌함을 표시하고 있다.
MBC 뉴미디어정책팀 관계자는 "1분기 재전송료를 4월말까지 받기로 했는데, 작은 회사도 아닌 거대 통신회사가 돈을 놓고 재협상 얘기를 하자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지상파 콘텐츠는 당연히 저렴하다는 인식이 문제이며, 정부가 채근하는 바람에 합의가 완벽하게 매듭지어지지 않은 게 화근"이라고 말했다.
■ 케이블 - 위성 화질 논란
IPTV의 등장으로 가입자 '수성'에 여념이 없는 케이블TV와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두 플랫폼에서 함께 서비스하는 HD(고화질) 채널의 화질을 둘러싼 논쟁이다.
스카이라이프는 4월말 고화질채널 특화 마케팅을 벌이면서 자사가 "최고의 해상도를 지원하며 영화 채널을 극장식 입체음향으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방송"이라고 주장했다. 또 "케이블의 HD는 화질이 다소 떨어지며 HD방송 가격이 2만원 이상의 고가"라고 주장해 케이블TV들의 반발을 불렀다.
케이블TV협회는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협회는 "스카이라이프는 서비스 주파수 대역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SD급 화질은 케이블TV가 우수하며 HD 또한 케이블과 동등하거나 케이블이 우수하다"며 "최고의 화질 운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양측의 HD방송 화질 차이는 소비자가 느끼기 힘들 정도로 미미하다. 한 관계자는 "양측이 시장 상황 때문에 민감해진 가운데 빚어진 작은 논쟁일 뿐"이라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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