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팀이 2달여 동안 수사한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임채진 검찰총장을 비롯한 대검 간부들은 "많은 의혹이 규명됐다"며 수사결과에 만족을 표시했다. 그러나 당장 그 자리에서 구속영장 청구여부에 대한 의견교환은 오가지 않았다. 진실규명과 사법처리 판단이 서로 다른 영역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정황이다.
임 총장이 노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둘러싸고 검찰 내부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 수뇌부에서도 의견이 상당히 엇갈리고 있다.
지방검찰청의 A검사장은 5일 "총장께서 전화를 해서 의견을 물으신 적이 있다"며 "하지만 어떤 의견을 냈는지는 '노 코멘트'로 하겠다"고 말했다. A검사장은 그러나 "법의 잣대로 판단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여 수사팀의 의견을 존중해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수사팀은 구속 의견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B검사장은 "구속해야 할 사안으로 본다"며 한층 강도 높게 구속 의견을 표시했다. 600만달러(당시 환율로 약 60억원)의 뇌물 수수는 혐의가 중하고, 증거인멸 등의 가능성도 포착됐다는 게 B 검사장의 판단 배경이다.
그러나 서울지역 C검사장은"범죄 혐의가 명백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안의 특수성이 있는 만큼 '불구속 기소'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C검사장과 같은 신중론의 근거는 대외 신인도에 대한 고려나 과잉 법집행에 대한 경계 등이다.
임 총장은 검사장급 인사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개별적이고 비공식적 견해를 수렴하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고검장급 회의를 소집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D고검장은 "고검장급 회의를 소집하는 것 자체가 되려 이상하게 보일 것 같다"며 "총장이 수사팀 라인과 상의해서 결정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E검사장은 "영장 청구 여부를 질질 끌면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며 "총장이 가능한 빨리 결정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구속ㆍ불구속 여부를 떠나서 검찰 간부들은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4일 임 총장이 수사결과를 보고 받는 자리에 함께 참석했던 모 간부는 "혐의와 관련한 증거들을 훑어보니 유죄를 선고 받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임 총장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결론이 내려지더라도 검찰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 총장은 수사결과를 보고 받은 자리에서도 "(노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에 대해) 각각의 견해와 다른 결정이 나오더라도 검찰 전체의 결정은 하나일 수밖에 없으니 따라 달라"고 말했다.
한편 5일 어린이날을 맞아 대검 중수부는 모처럼 수사팀 전원이 출근하지 않고 휴식을 취했다. '박연차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3월 중순 이후 처음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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