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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피아트·오펠'이라는 호랑이 만난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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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피아트·오펠'이라는 호랑이 만난 현대차

입력
2009.05.0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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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업차 업계의 판도가 이탈리아의 피아트를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재편될 모양이다. 파산보호 신청절차를 밟고 있는 미국 크라이슬러의 지분 인수를 추진 중인 피아트는 엊그제 GM의 유럽사업 부문인 독일의 오펠까지 인수해 연산 600만~700만대를 생산하는 '피아트ㆍ오펠'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도요타-GM-포드 대신 도요타-피아트-폴크스바겐의 새로운 3두마차 체제로 재편되고 시장 주도권 및 경쟁 구도에도 대지진이 예상된다.

지각 변동의 중심에는 피아트 최고경영자(CEO)인 세르지오 마르치오네가 있다. 110년 전통의 피아트가 파산위기에 몰린 2004년 구원투수로 나선 그는 과감한 구조조정과 탁월한 사업수완으로 120억달러의 누적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1년 만에 흑자로 반전시킨 인물이다. 지난해 12월 인터뷰에서 "향후 세계 자동차 시장은 연간 550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빅6'만 살아남을 것"이라며 미국과 독일 각 1개사, 프랑스-일본 합작사, 일본과 중국, 또 다른 미국과 유럽 메이커를 거론한 바로 그 사람이다.

이 예언을 실현하기 위해 그가 밀어붙이는 피아트ㆍ오펠의 합병이 성사되면 페라리 알파로메오 등의 스포츠 차량, 닷지 지프 등 SUV 차량, 오펠 사브 등의 승용차에 이르는 차종을 모두 생산하는 연 매출 1,100억달러의 자동차 거인이 나오고 도요타 추월을 눈앞에 두게 된다. 경제 회생에 노심초사하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이해가 일치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최대 수혜자가 되는 셈이다.

한국의 자동차회사엔 눈길을 주지 않은 그의 말은 불편하다. 생사의 기로에 처한 쌍용차나 GM대우는 그렇다 쳐도 2010년엔 명실 공히 세계 '빅5'에 진입하겠다는 현대ㆍ기아차까지 우습게 본 듯해서다. 그럴수록 대중 소형차로 무장하고 브랜드와 마케팅 파워를 겸비한 피아트ㆍ오펠이 출현하는 상황을 대비한 미래전략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 기회처럼 보였던 GM과 크라이슬러의 몰락이 어느새 위기로 다가온 것만 봐도 그렇다. 우물 안 개구리로 안주하다간 어느 물결에 휩쓸려 떠내려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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