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외양만으로 대접이 달랐던 건 19세기나 지금이나, 파리나 서울이나 별 차이가 없는 듯하다. 여의도에서 금은방을 하는 아는 분이 친구에게 하소연하는 걸 엿들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에피소드와 똑같았다. 가게문을 열자마자 한 손님이 황급히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자다깬 듯 뒤통수가 눌린 데다 눈곱이 발등을 찍을 지경이었다. 보석을 살 사람도 어울릴 사람도 아니었다. 첫손님이 저러니 오늘은 재수 옴 붙었네.
인사도 하지 않고 무얼 찾는지 물어보지도 않은 채 딴청을 부렸다. 진열장을 들여다보던 손님도 주인에게 뭔가를 물으려다 그만두는 눈치였다. 가게를 나선 손님은 보란 듯 바로 앞의 금은방으로 들어갔고 고가의 다이아몬드를 구입해 총총 사라졌다. 언제부턴가 잘 차려입고 화장도 공들여 한 뒤에 찾는 곳 중 하나가 백화점이 되었다. 돈을 지불하고 물건을 사는 건 나인데 어느 날 백화점 판매원들이 나와 내 동생을 다르게 대접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신상'을 권하는 것도 동생이 먼저였다.
우리는 같은 어머니 밑에서 태어나 같은 음식을 먹고 자랐다. 그런데 무엇일까. 난 그들이 단지 우리가 입은 옷으로 우리를 판단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기분이 상해 살 맘이 없던 물건을 덜컥 사고 말았다. 그 판매원의 눈에 들고 싶었던 것이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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