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林)의 선택은 무엇일까. 임채진 검찰총장이 자신을 임명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여부를 결정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임 총장은 4일 수사결과를 보고 받고 숙고(熟考)에 들어갔다.
임 총장은 오후 4시 수사진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고 받았다. 이인규 중수부장, 홍만표 수사기획관, 우병우 중수1과장과 담당 검사 1~2명이 참석해 임 총장에게 보고서를 제출하고, 수사결과를 구두로 설명했다. 구두 설명은 우 과장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는 노 전 대통령의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와 증거목록 등만 포함됐다. 홍 기획관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한 의견은 보고서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사진은 사실상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 여부 결정을 임 총장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수사진이 구속여부 의견을 밝히지 않는 것은 일반 사건 처리의 예에 비추어 보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진의 의견과 임 총장의 결정이 다를 경우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총장이 의견을 물으면 검사들이 개인 의견을 말할 수는 있겠지만 공식적으로 의견을 모아 제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총장은 보고를 받는 자리에 문성우 대검 차장과 대검 참모들(검사장급)을 배석시켰다. 간부들이 수사내용을 함께 살피고, 이후 영장 청구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임 총장은 고검장 회의를 소집해 의견을 수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간부들은 보고를 받고 "의혹이 많이 규명됐다"며 대체로 수사결과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 총장은 이날 오전에 열린 정례 확대간부회의에서 "파도가 몰아쳐도 바다 깊숙한 곳은 잔잔한 법"이라며 어떤 외풍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또 "외롭다"는 말로 결정과정의 착잡하고 어려운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총장은 일주일 가량의 숙고를 거쳐 다음 주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한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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