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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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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빨래'

입력
2009.05.06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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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공동 전기세 5,000원. 골목이 좁아 이사 용달차가 진입도 못하는 달동네 셋방살이.이제는 다국적의 코스모폴리탄이 모여 사는 거대 도시가 돼 버린 서울에서 허름한 다세대 주택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몽골이든 강원도든 타지에서 온 사람들의 삶이라면 더더욱.

그런 그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창구가 있다. 커피 쏟은 셔츠에 돌돌 말린 스타킹까지, 옥상 가득 널린 빨래는 그들의 일과와 살림살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뮤지컬 '빨래'(작ㆍ연출 추민주)는 그렇게 달동네 옥상의 풍경을 세밀히 관찰하듯 평범한 이웃의 팍팍한 서울살이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작품으로 출발, 2005년 초연 이후 관객과 평단의 꾸준한 지지로 소극장 뮤지컬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해 온 뮤지컬 '빨래'가 최근 620석 규모의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확장된 무대로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넓어진 공간에 맞게 한층 화려해진 세트로 관객을 맞은 '빨래'는 대중 스타 임창정과 뮤지컬계의 별 홍광호를 남자 주인공 솔롱고로 내세운 만큼 무거움은 덜고 경쾌함을 더해 대중과 한층 가까워졌다.

강릉 출신의 서점 직원 서나영(곽선영, 조선명)과 불법 체류자 신분인 몽골 청년 솔롱고의 사랑이 스토리의 중심이되, 주ㆍ조연이 따로 없다고 할 정도로 모든 배역의 개성과 사연이 뚜렷한 게 뮤지컬 '빨래'의 특징이다.

호들갑스럽게만 보이는 이혼녀로 나영의 옆방에 사는 희정 엄마(이승희, 서나영)는 '같이 살자'는 애인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자신의 처지가 슬프고, 쌀쌀 맞은 욕쟁이인 줄로만 알았던 집주인 할머니는 40년째 사지절단 장애인 딸을 돌보는 중이다.

특히 객석의 반응이 가장 뜨거운 순간은 내공 있는 연기력으로 집주인 할머니를 소화한 이정은이 "살아 있는 것들은 다 지 냄시(냄새) 풍기고 사는 거여"라며 용변을 가리지 못하는 딸을 무시하는 공익 요원을 나무랄 때였다.

객석 곳곳에서 들려 온 훌쩍거리는 소리는 중극장으로 무대를 옮기며 연출상의 허점을 다소 드러낸 이 작품이 이야기의 힘만은 여전히 탁월함을 입증하는 바로미터였다.

더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으는 두 남자 주인공은 모두 안정된 연기와 노래로 자기만의 색깔이 담긴 솔롱고를 만들어내고 있다. 임창정은 서울살이가 오래된 느긋한 솔롱고로, 홍광호는 아직 서울살이가 설기에 풋풋함을 간직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임창정은 여타의 스타 캐스팅이 드러낸 불안감을 씻었고, '노래 잘 하는 배우' 홍광호는 연기의 가능성도 보여줬다. 6월 14일까지. (02)744-1355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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