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오랜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천 회장은 5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본관에서 열린 '개교 104주년 기념식 및 고대인의 날' 행사에 교우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천 회장은 '박연차 게이트'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이후 취재진을 피해 사실상 칩거에 들어갔던 터라 행사 직전까지 참석 여부가 불투명했다.
그러나 천 회장은 예상과 달리 고려대 백주년기념 삼성관에서부터 행사장까지 이기수 고려대 총장 및 교수진과 함께 학군사관 후보생들의 호위를 받으며 등장했다.
천 회장은 교우회장 자격으로 '자랑스러운 고대인상'과 '사회봉사상' 등을 시상하고, "항상 투철한 시대정신으로 국가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헌신한 고대인 특유의 기상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도 다시 한번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는 내용의 축사까지 읽었다.
박 회장과 이명박 정부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천 회장은 행사가 끝난 직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천 회장은 먼저 2007년 대선 전에 300억원대의 주식을 팔아 현금화했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나섰다.
천 회장은 "300억 주식거래는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고 공시도 했다"며 "계속 현금화 했다는 식으로 보도하는데 법인 것은 법인 계좌로, 개인 것은 개인 계좌로 다 들어갔다"고 해명했다. 그는 "기자들이 무지해서 그런지 고의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일부 언론 보도에 불만도 표시했다.
천 회장은 그러나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로비 및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당비 대납 의혹에 대한 질문이 쇄도하자 입을 굳게 닫아 버렸다. 인상까지 찌푸리며 못마땅해 하던 천 회장은 준비된 차량을 타고 취재진을 피해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한편 고려대 총학생회 소속 학생 30여명은 행사장 앞에서 "비리의혹, 권력실세 천신일 교우회장은 자격 미달"이라며 천 회장에 대한 검찰의 적극적 수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했다. 학생들은 천 회장의 기념사에 맞춰 야유하며 행사장 진입을 시도했으나 이를 막아선 교직원들의 저지로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너희는 선배도 없느냐"는 고성과 "후배들에게 침묵을 강요하지 말라"는 맞고함이 오가며 소란이 일기도 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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