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이 '명품 브랜드 육성'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이탈리아에서 출시한 여성 하이패션브랜드 '데렐쿠니'(사진)를 슬그머니 접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추가 투자가 불가능했다는 설명이지만, 올 들어서만 스웨덴 패스트패션브랜드 '망고', 미국 디자이너브랜드 '토리 버치' 직수입을 확정하는 등 브랜드 육성보다는 직수입에 의존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제일모직은 3월 말 밀라노 현지법인을 통해 출시했던 여성복브랜드 데렐쿠니를 중단했다. 지난해 미국 유력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이 '패션의 본고장 밀라노에서 돌풍을 일으킨 삼성그룹의 패션브랜드'로 집중 보도해 큰 화제를 모은 지 불과 1년 만이다.
제일모직 측은 "브랜드 수익이 나지않는 상태에서 올해는 더 큰 투자가 필요하지만, 금융위기로 투자가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일모직은 데렐쿠니 중단과 동시에 토리 버치의 직수입을 결정하고 2010년까지 유명 백화점 매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데렐쿠니는 제일모직이 2004년 명품의 본고장에서 직접 승부하겠다는 목표 아래 탄생시킨 브랜드. 당시 현지에서 활동하던 디자이너 이정민씨를 삼성 오너 일가인 제일모직 이서현 상무가 직접 임원으로 영입, 브랜드를 총괄 지휘토록 했다. 제일모직은 글로벌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투자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2012년까지는 투자를 계속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사업은 최소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투자환경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자체 브랜드는 접으면서 해외 직수입에 치중하는 것은 패션 대기업으로서 장기적 안목의 부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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